스물세 살 프랑스 여성 저스탱 포히는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구직 사이트를 뒤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시내 취업정보센터에 들러 일자리 정보도 얻는다. 포히는 지난 5월 이후 200곳 이상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학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포히는 보건행정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그가 한 일은 보모와 바텐더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뿐이었다. 지금은 강아지 돌보기나 페인트칠하기 등을 하면서 받는 일당 5~6유로(약 7000~ 8500원)와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살고 있다. 포히는 "세상을 원망하면서 울며 지내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포히처럼 정규 직업을 찾지 못하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 프랑스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탄탄했던 프랑스 경제도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정규직 직원을 뽑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15~24세 연령대 실업률은 22%에 이른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이 51%, 이탈리아가 36%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며 정규직 취업을 아예 포기한 '니트(NEET)족'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15~29세 청년은 16.7%로 거의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직업·회사·지역을 바꾸는 일이 일상화된 '떠돌이 세대(Floating Generation)'라고 IHT는 전했다.
사회당 정권인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청년 실업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올랑드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청년 실업을 완화하기 위해 노조를 설득하는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올랑드 정부가 기업과 노조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때까지 프랑스 청년들의 '떠돌이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IHT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