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9] '뇌 패턴' 통해 생각을 읽는다?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2.12.03 23:30 | 수정 2013.03.05 11:5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은'이라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유명하다. 하지만 확신이 없는 것이 어디 여자의 마음뿐이겠는가. 정치인·기업인·연예인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정말 그들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는 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뇌의 기본 구조원리 중 하나로 '위치주의'를 들 수 있다. 뇌가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기능이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 위치 위주로 뇌 안에 분포되어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시각은 뇌의 뒤쪽, 청각은 옆쪽, 인지기능은 앞쪽에 자리 잡고 있다. 뇌 기능과 뇌 영역 간에 상호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이미 18세기에 해부학자 프란즈 갈(Franz Gall)의 '골상학(骨相學·phrenology)'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물론 골상학 자체는 사이비 과학이었지만 많은 기능이 뇌의 특정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여기서 논리적 문제가 생긴다. 뇌는 당연히 한정된 면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 뇌의 기능은 무한에 가까울 만큼 많을 것이다. 어떻게 한정된 면적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기능들을 표현할 수 있을까? 현대 뇌과학의 답은 '뇌 패턴'이다. 시각·청각·인지 같은 거시적인 기능들은 뇌의 특정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기능들은 신경세포들의 차별화된 시공간적 활성 패턴으로 부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체를 볼 때의 뇌 패턴은 살아 있지 않은 물체를 볼 때와 다르고, 다른 사람을 볼 때 생기는 패턴은 동물을 볼 때 관찰할 수 있는 패턴과 다르다. 더 나아가 사람 얼굴을 볼 때 시각 뇌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적 패턴은 얼굴 외 몸의 다른 부위를 볼 때와 구별할 수 있다.

    버클리대 팀은 동영상(위)을 볼 때 얻은 뇌 패턴을 통해 피험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통계학적으로 추정해내는데 성공했다(아래).
    물론 거꾸로 뇌 패턴을 측정한 후 그 패턴의 의미를 패턴 인식과 기계학습이라는 방법을 통해 판독해 볼 수도 있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잭 겔런트(Jack Gallant)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이미 피실험자가 동영상을 볼 때 얻은 뇌 패턴으로 그 동영상의 내용을 통계학적으로 추론해내는 데 성공했다. 또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 ATR 연구소의 카미타니 박사는 잠잘 때 측정한 뇌 패턴을 통해 피실험자가 꾸는 꿈 내용을 추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서로의 마음을 마치 책 같이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 진정한 소통과 상식이 통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서로가 불편한 진실들을 숨길 수 없어 분쟁과 분노만 늘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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