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가 떴다.

1일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KB금융컵 제11회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총상금 6150만엔·약 8억1000만원) 1라운드 조 편성이 발표됐다. 대회 흥행을 위해 처음으로 포섬(한 팀의 선수 2명이 공 1개를 번갈아 치는 방식)·포볼(한 팀의 선수 2명이 각각의 공으로 플레이해 더 좋은 스코어를 반영하는 방식) 경기가 도입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2명씩 짝을 이뤄 포섬 3경기, 포볼 3경기를 치른다.

양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선수들끼리의 대결 가운데서도 '포섬 1조'의 경기는 최고의 '빅 매치'로 꼽힌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박인비(24)와 신인왕 유소연(22)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50승에 빛나는 '전설' 후도 유리(36), 3승을 올린 바바 유카리(30)와 격돌을 앞두고 있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올해 누구보다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2008년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이후 우승이 없던 박인비는 올해 우승 2회, 준우승 6회를 기록하며 상금왕(228만달러)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도 4위까지 올라갔다. 올해 미국으로 건너간 유소연은 데뷔 첫해 1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6위(128만달러)를 차지했다. 유소연은 세계 랭킹 '톱10'에도 진입(7위)했다.

올해 미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왼쪽)와 신인왕 유소연이 KB금융컵 제11회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부산에서 만났다. 두 선수는 대회 첫날 한 조로 ‘일본 격파’ 선봉에 선다.

30일 오전 프로암 경기에 나서기 직전 만난 둘은 필승 전략으로 유소연의 정교한 아이언샷, 박인비의 '컴퓨터 퍼팅'을 내세웠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조 편성 때도 일부러 한 조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인비는 "포볼 경기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한 포섬 경기에 나설 선수를 고르느라 다들 고심하고 있더라"며 "소연이가 주로 아이언샷을 맡고 내가 퍼팅을 맡도록 순서를 정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유소연은 "올 시즌 여러 대회에서 유난히 인비 언니와 동반 라운드를 할 기회가 많았다"며 "자주 만나 함께 밥 먹으면서 골프 얘기, 결혼 얘기 등 별별 수다를 다 떤다"고 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의 남기협(31)씨와 약혼한 뒤 남씨의 스윙 지도를 받으며 투어에 동행해왔다. 유소연은 "직업 특성상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언니가 자주 말해준다"며 "언니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언젠가 꼭 저런 사람을 만나야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둘은 최고의 메이저 대회로 평가받는 US여자오픈에서 어린 나이에 우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인 유소연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나면 부진을 겪는 징크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불안했는데 인비 언니가 지난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내 일처럼 기뻤다"며 "언니의 기를 받아 나도 바로 다음 대회인 제이미 파 톨레도 클래식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LPGA 2부 투어를 거쳐 200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그해 신인왕 포인트 랭킹 4위에 그쳐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 수상 기회를 놓쳤다.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유소연은 통산 8승을 거뒀으나 동갑내기 최혜용(22)에게 신인왕을 내줬고, 상금 랭킹 역시 2009년 2위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박인비는 "소연이는 사실 신인이라고 볼 수 없는 경기력과 멘털을 갖췄다"며 "특히 볼 스트라이킹 능력은 투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인비는 "소연이가 미국 생활에 빨리 적응해 맛있는 식당이 어디인지, 새로운 소식은 뭐가 있는지 오히려 내게 가르쳐줄 정도"라고 했다.

유소연은 "나는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고 나면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며 "준우승도 많이 하고 우승도 많이 하는 인비 언니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유소연은 "언니처럼 정신력과 기량을 탄탄하게 만들어 나도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