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자 B1면 '밥상 주권이 위기'라는 기사를 읽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생각을 했다. 곡물·쇠고기뿐 아니라, 과실·수산물마저 우리 식탁에서 국산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짐작은 했지만 막상 보도로 접하니 실감이 난다.
과수농의 한 사람으로서 마트에서 팔리는 외국산 과실의 비중이 2001년 19%에서 올해는 37%로 2배 가까이 증가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외국산 과실은 증가 폭이 높아 수년 내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과실을 포함한 먹거리 자급률이 매년 뚝뚝 떨어지는데도 과연 우리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가? 올해 사과·배·감귤·감 등 우리 과실 농사는 수확기를 전후해 볼라벤 등 태풍이 3개나 닥쳐 심각한 낙과(落果)와 수확량 감소라는 피해를 남겼다.
소비자들이 낙과 구매에 적극 동참해주어 피해 농민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됐지만, 과수 농가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더욱이 과수 농가의 태풍 피해가 크다는 뉴스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소비를 줄이거나, 수입 과실로 눈을 돌리는 상황도 벌어져 과수농들은 애태웠다.
이제는 우리 과실도 외국산 과실과 똑같이 '여럿 중 하나(one of them)'일 뿐이다.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어두운 예측에다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 협상도 머잖아 닥쳐올 것이다. 우리 농업에는 '기회'보다 '위기' 요인이 훨씬 많다. 안타까운 점은 위기인데도 위기의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봐도 농업 위기를 타개하려는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오늘(30일)부터 사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2 대한민국 과수산업대전이 열린다. 한국 과수농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