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12년 만에 교양 과목 체제를 전면 개편한다. 서울대는 2014학년도부터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했던 영어 과목의 필수 교양 과목 지정을 194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해제하고, 일정 비율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대신 교수의 재량에 따라 성적을 부여할 수 있는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등의 교양 교과과정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생이라면 꼭 이수해야 했던 '대학영어' 과목은 필수적으로 들을 필요가 없게 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초·중·고교 시절 10년 넘게 영어 공부를 하고 왔는데 모든 학생이 일괄적으로 영어를 배우게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외 학습 등으로 대학 영어 수준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늘어나 굳이 대학이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줄어들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대는 지금도 일정 수준 이상의 텝스(TEPS) 성적을 제출하는 학생은 영어 과목 이수를 면제해주고 있다.
서울대는 대신 영어와 다른 제2외국어를 합쳐 필수적으로 2~3개 외국어를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필수 이수 과목이었던 '대학 국어'는 '글쓰기' '말하기' 등으로 세분화된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현행 상대평가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서울대는 밝혔다.
지역균형·특기자·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여러 전형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수준이 다양해진 데다 학생들 간 학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대평가 제도를 악용한 학점 인플레 현상이 만연하자 '권장형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뜻이다. 지난 2004년 정립된 교양 과목 상대평가 제도는 정원의 70%까지만 A·B학점을 주게 돼 있었으나 A·B학점의 비율이 정해지지 않아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대부분 A학점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어차피 상대평가를 해도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평가만 고집하다 보니 교양 강좌조차 학점에 매달리는 단점만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하버드대 등 세계 초일류 명문대들이 인문·소양 등의 교양 과목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학점에 구애받지 않고 말 그대로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뒤떨어진 수학(數學) 실력 향상을 위해 원리·개념식의 수학 강좌가 아닌 문제 풀이식 강좌도 개설한다. 수리과학부 수학연구소에서 실험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모바일 수학 학습 시스템인 'SNUMe'도 대학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허남진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은 "장기적으로 세계 10대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국제적 시각과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해졌다"면서 "이번 교양 강좌 개편은 '글로벌 대학'과 '학생 맞춤형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