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작권단체 "돈 내고 복사해라"… 대학에 100억 소송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입력 2012.11.28 03:01 | 수정 2012.11.28 19:36

    복사전송권협회, 6개 대학 상대로 보상금청구訴
    "우리나라 제외한 모든 나라서 저작권료 받고 있어" 주장에 대학들 "관행인데…" 난색
    보상금액 놓고 줄다리기 - '학생 1명당 1년에 3132원' 문광부가 타협안 내놨지만
    저작권단체·대학 여전히 대립

    조선일보 DB
    대학가(街)에서 용인돼오던 교재 복사, 동영상 상영 등의 수업 관행이 100억원대 소송에 휘말렸다. 근거는 지난 2006년 개정된 저작권법이다. 이 법은 대학 강의 등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저작물의 경우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내면,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최근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경북대·명지전문대·서울디지털대 등 6개 대학을 상대로 서울 중앙·동부·서부지법 등에 보상금 청구소송을 냈다고 27일 밝혔다.

    복사전송권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보상금 수령 단체로,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받아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협회는 소장에서 "저작권법에 근거해 해당 대학에 약정을 체결한 뒤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소송이 제기된 6개 대학은 각각 국립대·사립대·지방대·사이버대 등을 대표하는 곳들이다.

    대학 측은 난색을 보였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 목적으로 문제없이 이뤄지던 관행이었는데, 돈을 받겠다는 건 저작권자의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정한 저작권 보상금이 비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저작권 개념이 대학 강의에 적용되면 교수나 학교 차원에서 논문·책 등을 복사하는 행위가 모두 보상금 지급 근거가 된다. 음악 수업시간에 교수가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나, 무용과 학생들이 연습용으로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에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수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동영상·영화 등을 틀어주는 경우도 저작권 보상 대상이다.

    문화부는 지난해 학생 1인당 1년 기준 4400원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고 고시했다가 대학의 반발에 부딪히자 올 4월 보상금을 3132원으로 내렸다. 문화부는 "교수 대상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금액을 책정했다"고 밝혔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자체 연구 용역을 통해 "800원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 연세대·서강대·건국대 등 대학 홈페이지에는 '저작권법에 따라 수업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직접 복사·배포·전송하면 보상금(수업목적저작물이용보상금제)을 내야 하니 교수들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수업 자료를 찾아서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지가 오르기도 했다. 학생이 개별적으로 복사하는 경우는 저작권법 제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복사전송권협회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복사전송권협회에 따르면 호주 대학의 경우 학생 1인당 38달러(약 4만1000원)의 보상금을 내고 있으며, 미국은 저작권처리센터를 통해 매년 저작물에 대한 계약을 맺는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복사전송권협회가 이겨 전국 대학에서 보상금을 받게 되면 연간 100억원대가 될 것"이라며 "저작권료를 누가 받아야 할지 따지기 골치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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