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8] '순차적' 컴퓨터와 '병렬적' 뇌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2.11.26 23:30 | 수정 2013.03.05 11:48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뇌를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공 뇌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주제인 지능과 의식을 가진 기계들은 과연 가능할까? 어린 아이들은 큰 노력 없이 뛰어다니며 동물들을 구별한다. 하지만 인류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로봇들은 불쌍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걷고, 초(秒)당 10¹�K 숫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로도 다양한 상황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왜 뇌에는 쉬운 문제들이 기계에는 이렇게 어렵고, 기계에 쉬운 문제들은 뇌에 어려운 것일까?

헝가리 출신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뇌와 컴퓨터는 질적으로 다른 논리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폰 노이만은 수리적 양자역학, 게임이론, 무집합의 집합들을 이용한 자연수 이론 등 많은 업적 외에도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로 나뉘는 기본 컴퓨터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작게 쪼개고 순서대로 빠르게 처리하는 컴퓨터와는 달리, 뇌는 느린 속도로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해 컴퓨터엔 순차적인 논리적 깊이, 뇌엔 병렬적인 논리적 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폰 노이만이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한 반면,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좀 더 색다른 질문을 했다. 만약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면 기계가 생각하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생각이란 지극히 내면적이다. 내가 생각한다는 걸 나는 분명히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의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데카르트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지, "너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왼쪽)존 폰 노이만, 앨런 튜링.
(왼쪽)존 폰 노이만, 앨런 튜링.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한 행동을 하며,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 뇌 안에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의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주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와 조금만 다르게 생겨도 그들의 내면적 세상을 부인한다.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은 단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남미 원주민들은 영혼이 없다고 주장하며 학살했고, 19세기 미국 남부인들은 흑인들을 노예로 삼았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튜링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기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해보고 사람과 기계를 구별할 수 없다면 둘은 행동적으로 동일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의 내면 세상이 존재한다는 직접 증명 없이도 그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 믿어준다면 사람과 행동적 구별이 되지 않는 기계 역시 내면적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거부한다면 우리는 인종차별과 비슷한 '기계차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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