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실시된 대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박 후보 43.5%, 문 후보 39.9%로 박 후보가 3.6%포인트를, SBS와 TNS코리아 조사에선 박 후보 43.4%, 문 후보 37.6%로 박 후보가 5.8%포인트 앞섰다. 반면 MBC와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문 후보 41.2%, 박 후보 39.2%로 문 후보가 2%포인트 이겼다. 과거 안 후보 지지자들은 50~60%가량이 문 후보로, 20% 안팎은 박 후보로, 20% 남짓은 부동표로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 사퇴 전에는 10% 미만이던 부동표가 15~19%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선 승부가 이 부동표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가려지게 됐다.

박 후보는 25일 후보 등록 후 "스스로 폐족(廢族)이라 부를 만큼 잘못이 많았던 야당이 재집권해서 되겠는가"라며 문 후보 측을 공격했다. 문 후보도 "이번 대선은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 낡은 정치와 새 정치,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라며 역공(逆攻)에 나섰다. 박 후보나 문 후보 모두 상대 공격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으로 양자 대결을 시작했다.

'안철수 지지층'은 기성 정치권 전체를 불신하는 무당파(無黨派)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박 후보와 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합쳐져 형성됐다. 박 후보를 싫어한 새누리당 지지자나 문 후보를 싫어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두 후보가 내부 포용력을 보여주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무당파나 '안철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온 안철수 추종 세력을 끌어들이려면 경쟁자를 향한 공세만으론 안 된다.

미디어리서치의 개인 호감도 조사에서 박 후보(10점 만점에 5.92점)는 문 후보(5.65점)를 앞섰다. 그러나 정권 교체 여론(48.6%)은 정권 재창출(42.3%)보다 높았다. 박 후보는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환경에서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증명해나가야 한다. 문 후보는 정권을 바꾸자는 바람은 있는데 자신이 그 바람의 중심을 휘어잡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대선 승부는 두 후보가 각각 자신이 놓여있는 이 같은 한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주어진 과제를 이뤄내는가에 달려 있다.

두 후보가 처한 한계 국면을 돌파하려면 안 후보에게 기댔던 계층을 정확히 봐야 한다. 이들은 청년 실업에 좌절한 20~30대, 과도한 경쟁과 승자 독식(獨食)에 질린 중간층, 타협과 협치(協治) 기능을 잃고 계파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해온 기성 정치에 절망한 층이다. 이들이 바란 것은 정치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라 안팎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위기 시에 타격을 받는 계층을 보듬고 갈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리더십이었다. 12월 대선은 결국 안 후보가 남긴 부동표가 승부를 가르게 됐다는 점에서 그가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전인 1년 전의 원점(原點)으로 되돌아갔다.

[사설] 文 후보, 집권하면 천안함 재조사 여부 입장 분명히 해야
[사설] 亂立 대학 줄파산, 일본 갔던 길 뒤따르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