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TALK] 전문가도 무릎 치게 만드는 10~20대 아마추어 비평가들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2.11.23 03:02

    업계 주목하는 '네티즌 크리틱'
    패션·뷰티 커뮤니티 이용자들 전문가 못지않게 지식 풍부해

    '그거 들었어? '발렌시아가(Balenciaga)' 새 수석 디자이너로 크리스토퍼 케인이 올 거라는 거?' '그거 확정된 거 아니래. 일본 보그 편집장이 트위터에 그런 말 써서 루머가 돌았는데, 이번 '우먼스 웨어 데일리(WWD)'와의 인터뷰 보면 사실 아니래. 난 좀 신선한 디자이너가 왔으면 좋겠다. 발렌시아가라도 좀 잘 돼야지.'

    유명한 패션 평론가들의 대화일까, 아니면 패션 전문지 기자들끼리 나눈 수다일까. 모두 아니다. 요즘 패션에 관심 많은 10~20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댓글이다.

    몇 년 전부터 패션·뷰티 업계에선 이런 소위 '네티즌 크리틱(Netizen Critic·인터넷에 올라오는 아마추어 비평)'이 꾸준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패션·뷰티에 대한 이들의 지식수준과 비평의 질이 업계 전문가 뺨칠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비평을 듣기 위해 패션회사에서 일부러 이들의 커뮤니티를 뒤져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명 사진작가 A씨는 최근 자신이 찍은 패션 화보 사진 몇 장을 일부러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고 했다. "주변 지인들은 다 '멋있다, 네가 최고다' 이런 말만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면 '미국 패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의 몇 년도 사진을 따라 한 것 같다'는 식의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요. 뼈 아프지만 참 도움되는 평인 거죠(웃음)."

    한 패션회사 마케터는 "신상품이 나오면 '모델갤 시즌투' '디젤 마니아' 같은 커뮤니티에 제일 먼저 사진을 올린다"고 했다. "거기 반응만 봐도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어요. '나 고 2인데 용돈 모은 거 합쳐서 저 옷 사겠다' '저 한정판 운동화 사려면 내일 아침 학교 수업 빼먹어야겠다' 같은 글이 올라오면 바로 대박인 거죠."

    화장품 업체도 이런 '네티즌 크리틱'에 예민하긴 마찬가지다. 화장품 회사 '맥(M.A.C)'의 김나연 과장은 "드라마 여주인공이 볼에 바른 제품 빛깔만 보고도 '어느 브랜드 무슨 상품 몇 호'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게 요즘 네티즌"이라고 했다. 한 뷰티 칼럼니스트는 "어떤 네티즌이 커뮤니티에 각 브랜드 립스틱 색깔을 일일이 분석해서 '성분과 빛깔의 상관관계'를 써놓은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때론 마케터들도 못하는 일을 네티즌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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