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로 2억7600만달러(약 30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20일 검찰에 체포됐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내부자 거래로 얻은 이익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검찰에 따르면 총 자산규모가 13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헤지펀드 SAC캐피털의 펀드매니저였던 매튜 마토마는 지난 2006년 10월 월가의 금융인들과 각 산업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소위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질병 전문가인 미시간대학 신경학과 교수 시드니 길먼을 소개받았다.
길먼은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란 사실 등을 마토마에게 알려주고 컨설팅 명목으로 10만8000달러(약 1억2000만원)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이 개발되면 관련 제약사의 주가가 급등하겠다고 판단한 마토마는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제약회사 와이어스와 엘란의 주식을 총 7억달러(약 7600억원)어치 구입했다.
하지만 임상실험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2008년 7월 길먼 교수는 마토마에게 "일부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알려줬다. 이 소식을 들은 마토마는 SAC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던 두 회사의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대신 이 회사들의 주식을 공매도(주식이 하락할 경우 돈을 벌 수 있도록 특정 회사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 파는 것)했다. 실제로 마토마가 주식을 처분한 직후 이 회사들의 주가는 각각 42%, 12%씩 폭락했다. 덕분에 마토마는 1억94000만달러의 손실을 피하고 반대로 약 8000만달러 이상의 이득을 봤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마토마는 그해 말 회사로부터 930만달러(약 100억원)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0년 해고됐다.
앞서 스리랑카 출신 헤지펀드 갑부였던 라지 라자라트남은 지난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약 7000만달러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의 부당이득 규모는 그보다 4배 정도 많다.
또 피고인 마토마는 문제의 주식을 SAC캐피털의 설립자인 스티븐 코헨에게도 추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코헨은 개인 재산이 88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해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부자 순위에서 40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