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7] 사랑 고백은 롤러코스터에서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2.11.19 23:30 | 수정 2013.03.05 11:48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뇌과학자들 사이에선 "이성(異性)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는 롤러코스터 안에서 하라"는 농담이 유명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대부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그 순간 사랑 고백을 받는다면 뇌가 자신의 두근거리는 가슴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착각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너무 거부감을 주거나 자신의 사랑관(觀)이 확실할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은 날마다 충분한 정보와 확신 없이도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럴 경우에 우리는 뇌의 착각에 속을 수 있다.

심리학자로 유일하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인간의 뇌엔 '느린 시스템'과 '빠른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있을 경우엔 느린 시스템을 통해 세밀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빠른 선택이 필요하거나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뇌는 치밀한 분석보다는 미리 준비된 '휴리스틱스(heuristics·어림법)'를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피해가기 가장 어려운 휴리스틱스는 우리들의 몸일 것이다. 두개골에 갇혀 있는 뇌에는 외부 세상보다 자신의 몸 상태 관찰이 더 쉽다. 그리고 뇌는 관찰된 몸 상태의 변화를 주변 세상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통해 해석하려 한다.

뇌는 다른 사람을 마주 볼 때도 단지 자신의 몸 상태를 통해 해석할 뿐이다.
뇌는 다른 사람을 마주 볼 때도 단지 자신의 몸 상태를 통해 해석할 뿐이다.
한 유명한 실험에선 100명을 무작위로 50명씩 A와 B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가상으로 신입사원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론 신입사원은 항상 같은 사람이었고, 100명이 할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신입사원의 대답은 같게 했다. 단 유일한 차이로 우연한 상황을 만들어 A는 인터뷰 전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짐을 들게 하고, B는 가벼운 짐을 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사원에 대한 A와 B의 평가는 논리적으론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다. B는 신입사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A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결국 A의 뇌는 자신의 불편한 몸 상태가 무거운 짐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알 수 없기에 "신입사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그럴싸한 추론을 만들고 우리에게 믿게 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A에겐 따뜻한 음료, B에겐 차가운 음료를 마시게 한 후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대화를 나누게 하면 평균적으로 A는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고 기억하고, B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차갑게 대했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뇌과학은 이럴 경우 억지로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기보다 우선 행동을 바꾸어 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뇌는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나서 "그래, 나는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해"라고 자신의 행동을 최대한 합리화할 수 있는 추론을 만들어 우리에게 믿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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