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치열한 국지전을 촉발시킨 지난 14일 이스라엘의 정밀폭격은, 하마스 군 지도자 아흐메드 알 자바리 제거 외에 최근 하마스가 본격 운용을 시작한 장거리 로켓 보급 라인 차단을 노린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 로켓에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이 적극적인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새 이스라엘이 했던 일련의 군사행동은 모두 이 목표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알 자바리의 지휘 아래 최근 몇 년 새 로켓 사거리 늘리기에 주력해 왔다. 사거리가 10~20㎞ 수준인 기존 로켓으로는 이스라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들여온 것이 이란제 장거리 로켓인 파즈르-5<사진>다. 지하 기지에서 발사하는 방식의 파즈르-5는 사거리가 75㎞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 공격이 가능하다. 하마스는 이번 국지전에서 실제로 파즈르-5를 여러 발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면적인 공습에 앞서 14일 알 자바리를 표적 살해했고, 파즈르-5 창고도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100여기의 파즈르-5 중 상당수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 국방정보국(DIA)의 분석가인 제프리 화이트는 "알 자바리가 사령관으로 있는 동안 하마스는 장거리 로켓과 드론(무인기) 제조 시설까지 갖췄다. 이 시설들에는 이란 기술자들이 대거 동원됐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수단의 군수공장을 공습한 것은 이번 가자지구 공격의 서막이었다. 이스라엘이 공격한 군수공장은 파즈르-5 로켓 조립·보관 장소였다. 이란이 뱃길을 이용해 로켓을 수단으로 보내면 하마스는 이를 트럭으로 옮겨 이집트 사막지대를 통과해 시나이 반도로 이동시켰다. 파즈르-5가 가자지구와의 접경 지역에 도착하면 부품별로 해체한 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시나이 터널을 통해 옮긴 후 가자지구 내에서 재조립했다. 하지만 1기당 길이 6m, 무게 약 900㎏에 달하는 파즈르-5를 실은 트럭 행렬이 이집트 사막을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이 이스라엘 정보망에 포착됐던 것이다.
이뿐 아니라 2010년 두바이 호텔에서 벌어진 모사드 요원의 하마스 고위 간부 암살 역시 장거리 로켓 보급선을 끊으려는 이스라엘의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가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 제거이기 때문에 지상군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민간인 가정에 숨겨놓은 로켓을 찾아내려면 가자지구 구석구석을 수색할 수 있는 지상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파즈르-5 외에 사거리 40㎞의 로켓 수백 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군이 작전 범위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가 56명으로 늘었다고 18일 AF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 수는 3명이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이집트의 중재로 한때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8일 새벽 다시 공습에 나서 가자지구의 미디어 센터 건물 2곳을 비롯해 10여 군데를 공격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이번 충돌로 군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한동안 소원했던 아랍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중동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