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취업서 경쟁력 갖추려면 '논픽션 쓰기 훈련' 하세요"

입력 2012.11.19 03:03

콩코드리뷰 편집장의 '좋은 글 쓰는 법'
자료 수집에 들이는 시간, 글 완성도 높여
어려운 책과 작문 교본은 되도록 멀리하길

학술 논문은 더 이상 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논문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뚫은 일부 사례가 알려진 후, '논문 쓰기 열풍'은 일선 고교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문학계의 올림피아드'로 불리는 콩코드리뷰(The Concord Review·키워드 참조)는 이 같은 논문 제출 유행의 '원조' 매체다. 지난 1987년 창간 이후 콩코드리뷰를 통해 자신의 논문을 선보인 고교생은 전 세계 38개국 1022명에 이른다. 이 중 36%(371명)는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에 성공했다. 나머지도 전원 미국 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영국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에 입학했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12일 미국 대학 입시 준비생인 한재혁(서울국제학교 12학년)군·이선우(아시아퍼시픽 국제외국인학교 10학년)양과 함께 윌 핏츠휴(76) 콩코드리뷰 편집장을 만났다. 핏츠휴 편집장은 캐롤라인 리 콩코드리뷰 아시아 대변인의 요청으로 우리나라를 찾았으며 이번이 첫 방한이다. 이날 핏츠휴 편집장이 두 학생에게 들려준 '입시에 강한 글쓰기'의 핵심을 지면에 옮긴다.

◇글의 재미, '탄탄한 근거'서 나온다

한준호 기자

핏츠휴 편집장은 콩코드리뷰에 실을 글을 선정하기 위해 석 달간 140여편의 논문을 읽는다. 그가 꼽는 '좋은 글의 요건'은 의외로 간단했다. "재밌는 글이 곧 좋은 글입니다. 단, 글이 재밌으려면 글쓴이의 열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해요. 논문을 예로 들어볼게요. 흥미로운 논문은 '독특한 주장'과 '탄탄한 근거'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시각이 아무리 참신해도 근거가 부족하면 그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죠. 그런데 '내 관점'에 딱 맞아떨어지는 근거 자료는 절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학생은 콩코드리뷰 게재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 데 1년 6개월을 투자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라면 그렇게 공들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의 얘기에 이선우양은 "흥밋거리가 있다 해도 그걸 논문 주제로 연결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핏츠휴 편집장은 올 6월 콩코드리뷰 게재 논문의 주인공인 조너선 리우군 얘길 들려줬다. "중국 홍콩국제학교 재학생인데 '조셉 리덤(1900~1995)의 질문'이란 논문을 제게 보내왔어요. 리덤은 16세기까지만 해도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중국 과학이 왜 서구 과학에 밀리게 됐는지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죠. 리우군은 리덤의 호기심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정리해 논문 형태로 완성했고요. 본인에게 친근한 소재(중국)와 낯선 소재(과학)를 '역사'란 연결고리로 조화롭게 묶어낸, 좋은 사례입니다."

◇일단 많이 읽어라… 쓰기는 그 다음

핏츠휴 편집장은 인터뷰 내내 다독(多讀)을 강조했다. 글감 선정에서부터 자료 수집에 이르기까지 독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 단, 본인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책을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어려운 책과 글쓰기 교본, 두 부류의 책을 가까이하면 자칫 글의 본질인 진정성은 놓친 채 미사여구 투성이 문장만 기억에 남을 거예요."

글쓰기와 관련, 한재혁군의 최대 고민은 '(토론 등) 글쓰기가 아닌 소통의 효용'이다. 이에 대한 핏츠휴 편집장의 대답은 '단호한 노(No)'. '글쓰기 실력은 오로지 글쓰기 자체로만 향상된다'는 얘기다. "1000자 분량의 글쓰기는 1000자 분량의 말하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물론 토론 자료 수집 도중 알게 된 지식을 글감으로 활용할 순 있겠죠. 하지만 글 한 자 안 써보고 글쓰기 실력이 늘 순 없습니다."

아울러 그는 "청소년에게 정말 필요한 건 논픽션(non-fiction) 쓰기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미국 학교들은 학생에게 '상상력 계발'을 이유로 픽션 성격의 글쓰기 과제를 많이 내줍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 역시 대학 입학과 동시에 다양한 논픽션을 접하고 또 써야 하죠. 학교 교육과 실무가 이렇게 동떨어져 있다 보니 오늘날 미국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 글쓰기 재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연간 3조원에 이릅니다. 한국 쪽 상황 역시 미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콩코드리뷰

세계 유일의 고교생(미국 학제 기준 9~12학년) 역사 학술 논문 계간지. ‘글쓰기 실력이 곧 경쟁력’이란 이념 아래 3개월마다 11편의 논문을 묶어 전자책 형태로 발행한다. 1987년 윌 핏츠휴 현 편집장이 비영리재단을 설립, 기금을 모아 펴냈다. 매년 우수 논문 5편 내외를 선정, ‘에머슨상’을 수여한다. 역대 게재자 중 한국인은 22명. 참가비 40달러(약 4만3000원)만 내면 누구나 논문을 제출, 심사받을 수 있다.

●문의:
(02)545-1601 www.tc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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