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문헌에만 존재 '1927년 한국 첫 재즈공연' 사진 찾았다

조선일보
  • 한현우 기자
    입력 2012.11.17 03:14

    "국내 재즈역사 다시 써야"
    홍난파가 이끈 8인의 밴드 서울 YMCA서 공연장면…
    1964년 출간 책에 나오는 악기·멤버와 정확히 일치
    일부선 "녹음 찾기전엔 몰라"
    1930년대 '재즈송' 있었지만 대부분은 미국식 경음악…
    재즈로 불린 음악이었는지 진짜 재즈인지 알기 어려워

    1927년 서울 YMCA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재즈공연 사진. 밴드 중앙에서 등을 돌린 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홍난파(점선 안)다. / 나운영 기념사업회 제공
    일제강점기 대표적 음악가이자 '봉선화'를 작곡한 홍난파가 1927년 본인의 재즈 밴드를 이끌고 서울 YMCA에서 '코리아 재즈 밴드' 공연을 열었던 사실이 사진과 문헌으로 처음 확인됐다. 한국 재즈계에서는 미8군 무대를 거친 1950~60년대 재즈 연주가들을 '한국 재즈 1세대'로 불러왔다. 이번에 발굴된 기록은 한국이 재즈의 고향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재즈를 받아들였음을 확인해주는 자료다. 이 때문에 한국 재즈계에서는 "한국 재즈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귀중한 자료"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 재즈 100년사'를 집필 중인 재즈 애호가 박성건씨는 최근 '나운영 기념사업회'로부터 미공개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1927년 3월 2일 서울 YMCA 강당에서 8명으로 구성된 재즈 캄보밴드가 공연하는 장면이다. 홍난파가 피아노를 치고 나머지 멤버는 관악기 또는 밴조 등을 연주하고 있다. 이 공연은 문헌으로 이미 고증된 바 있으나 사진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964년 출판된 '한국근대풍운사 여명 80년(창조사 刊)'을 보면 1925년 중국 상하이에서 색소폰을 구해 온 백명곤이 홍난파 등과 만나 '경음악단'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결성된 밴드는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바이올린, 밴조, 드럼, 트롬본, 보컬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발굴된 이 사진의 악기·멤버 구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때 이 밴드는 재즈와 클래식 등 여러 음악을 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주 곡목 가운데 '수음로상행진곡(樹陰路上行進曲)이란 재즈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곡이 정확히 어떤 곡목을 번역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성건씨는 "정확히 말하면 어떤 사진인지 모르고 있다가 새로 알게 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1927년 YMCA에서 열린 '코리아 재즈밴드' 공연이 최초의 재즈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38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홍난파의 재즈 평론. / 조선일보 DB
    홍난파가 1920년대에 재즈를 국내에 도입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정설(定說)로 믿어져 왔다. 그러나 이것을 입증할 만한 문헌이나 사진, 녹음이 없었다. 이미 1926년 11월 11일에도 조선일보가 후원한 '그랜드 콘서트'가 있었고, 1929년엔 코리아 재즈밴드가 경성방송국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홍난파는 1938년 2월 3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세계 악단을 석권하는 째스 음악의 검토'라는 재즈 평론을 연재하기도 했다.

    홍난파가 연주한 음악이 재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20년대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영국에서조차 미국식 음악을 '재즈'라고 통칭했으므로 홍난파 악단의 공연을 녹음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진짜 재즈였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즈 평론가 황덕호씨는 "1930년대 우리나라에도 '재즈송'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재즈로 납득할 만한 곡이 거의 없고 대부분 미국식 경음악이었다"며 "당시 홍난파가 연주한 음악이 재즈였는지 '재즈라고 불린 음악'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건씨는 "홍난파가 미국 시카고에서 음악 유학하던 시절 재즈를 익히고 귀국해 한국에 진짜 재즈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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