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 특검팀은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사저 터 매입에 쓴 12억원은 어머니 김윤옥 여사와 큰아버지 이상은씨로부터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서면 진술서에서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아들 명의로 사저 터를 취득하도록 하고 경제력이 부족한 아들에게 매입 자금을 대주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최대 의혹은 청와대 경호처가 사저와 경호 시설 터를 사들이면서 왜 사저 터 명의를 이 대통령이 아닌 시형씨 이름으로 했는지였다. 경호처는 당초 검찰 수사에서 "사저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보안 문제와 땅값 상승이 우려돼 시형씨 이름으로 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특검 수사에서 김윤옥 여사가 시형씨 장래를 위해 시형씨 명의로 사게 했고 매입 자금도 대준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가족의 법의식은 일반 국민보다 몇 배 투철해야 한다. 가장(家長)이 최고 권력자이기에 그 가족은 스스로에게 더 엄한 기준을 적용하며 처신해야 한다. 대통령 가족의 법과 윤리 의식이 흐트러지면 국민의 법·윤리 의식은 더 빨리 그걸 뒤쫓는다. 가장이 대통령이 되기 전의 법의식·윤리의식이 어쨌건 가장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불행이 따른다. 이 대통령 가족도 결국 한국 대통령의 이 불행한 대열에 끼고 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딸이 미국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현금 13억원을 사과 상자 7개에 담아 보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이 돈을 경기도 과천의 비닐하우스에 숨겼다가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남성을 통해 미국 아파트 주인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권 여사는 "13억원은 노 대통령 재임 시절 지인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줬거나 퇴임 이후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와 준 돈을 모아둔 것"이라며 "지인들의 신원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의 선글라스를 낀 채 돈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정치 부패는 대통령 집무실과 청와대 안방에서 시작된다. 과거 정권에선 임기 말 수억원짜리 그림을 취급하는 화상(畵商)들이 청와대를 들락거린다는 말이 나돌았다. 기업인 부인들은 청와대 모임이 있는 경우 얼마를 들고 가야 하는지 서로 수소문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국 대통령의 이 부끄러운 전통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를 생각하면 국민은 속이 뒤집힌다.
[사설] 이런 들쭉날쭉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 어떻게 하나
[사설] '최고급 위스키 세계 최대 소비국'은 불길한 前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