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개성공단 진입도로변 북한 측 초소에서 근무하다 귀순한 10대 후반의 북한 병사는 키 180㎝에 체중이 46㎏이었다고 한다. 세계 기준으론 180㎝ 남자의 표준 체중은 71㎏이다. 그는 "쌀밥도 나왔지만 반찬은 소금에 절인 무밖에 없었다"고 했다. 북에서 쌀이 우선 지급되는 전방부대 군인들 영양 상태가 이 정도라면 일반 주민들 사정은 안 봐도 알 만하다.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지금 10대(代)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북한 청년들이 젖을 먹거나 젖을 갓 뗀 시기다. 몸무게와 키가 1년 사이 2~3배로 성장하는 무렵에 극심한 영양부족에 허덕였으니 비정상적 신체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19~29세 탈북 청년들을 조사한 결과 같은 또래 한국 청년에 비해 키는 8.8㎝ 작고 체중은 14.3㎏ 적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은 내년에도 21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1만t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던 작년에 비해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황해도에서 아사자가 나오고 병사들도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성분이 좋은 주민이 거주하는 평양 지역과 지배 계층에만 식량을 집중 배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4월 장거리미사일 발사에만 8억5000만달러를 썼다. 이 돈이면 중국산 옥수수 250만t을 구입할 수 있고 그랬더라면 북한 주민 1900만명이 1년 동안 배곯지 않고 살 수 있다. 북한은 최근에도 김일성·김정일 동상 건립, 스위스 테마파크를 모방한 능라유원지 건설 등에 3억3000만달러를 투입했다. 북한을 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미르티아 센이 집단적으로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하는 직접적 이유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 구입할 돈을 독재자의 치적(治績) 과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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