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11일 예정에 없던 중앙선대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박 후보는 회의 시작 전 "구호 한 번 선창하고 할까요?"라고 했다. 김상민 의원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은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준비된 대통령은 박근혜"를 외쳤다. 박 후보는 "지금 우리가 흔들린다면 그거야말로 당의 위기"라고 했고, '제2의 선대위 출정식'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민생으로 승부"

박 후보는 "우리는 경제 위기를 어떤 정당이 극복할 수 있는가, 누가 국민의 삶을 잘 챙길 수 있는가, 국민이 원하는 게 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 맞서 '깜짝 카드'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됐으면 그 정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번 주에 순차적으로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해 "대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민이 저쪽(야권) 후보를 모른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위기 같은 만만찮은 도전이 우리 앞에 있는데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국민이 판단하겠나"라며 "(야권은) 빨리 (후보를) 결정해야 하고 우리도 그걸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운명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선거인데 여태까지 이벤트를 해 갖고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며 "무엇보다 국민은 선동하면 통할 정도로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박근혜(맨 왼쪽)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후보는 참석자들에게“국민이 원하는 게 뭔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장으로 나가라"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중앙당에는 필요한 사람만 최소한으로 남기고 모두 지역으로 내려 보내겠다"고 했다. 매주 2·4차례씩 열리는 선대위·선대본부 회의를 대폭 축소하고 '현장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얘기였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선대위 회의만 해도 40~50명이 참석해왔는데 현장에서 뛸 사람들이 회의에 묶여 버렸다. 이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도 "저는 내일부터 호남을 시작으로 제2차 지방 투어를 시작하려 한다"면서 "이번에는 지역에서 숙박도 하면서 민생과 밀착해서 더욱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12일 광주광역시, 13일 세종시와 대전·충청권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광주에서 1박(泊) 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그간 지방행사를 당일에 소화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야풍(野風)이 거셌던 부산에서 1박 2일 일정을 소화한 것이 예외일 정도였다. 캠프 관계자는 "그만큼 박 후보가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권역별로 거점 지역에 현장 상황실을 만들고 그 지역에 정통한 인사를 상주시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며 "박 후보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보다도 의원들이나 당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더 걱정해 왔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황우여 대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한광옥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국민을 믿는다.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최근 선대위 안에 내려진 금주령 때문에 술을 주문하지도 않았고, 박 후보를 위한 건배사도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