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주말에 꽉 막힌 차 안에서 "휴일인데 왜 이렇게 밀리는 거야?" 라고 투덜거린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까지 청첩장을 돌리는 바람에 혼주는 돈 많이 써서 괴롭고, 하객은 길에서 시간을 낭비해 괴로운 게 한국 결혼식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한국교통방송(TBN)은 9일부터 '작은 결혼식을 하면 하객도 신혼부부도 행복하고 차도 덜 막힌다'는 내용의 40초 분량 공익광고를 라디오와 DMB를 통해 전국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국교통방송은 앞으로 결혼식이 몰리는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이 공익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번 공익광고는 도로교통공단이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만든 첫 작품이다.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전국 26개 운전면허시험장도 관리한다. 임직원 수는 2600여명이다.

공단은 크게 세 가지를 실천할 계획이다. 첫째는 한국교통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은 결혼식을 홍보하는 것이다. 공익광고만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작은 결혼식을 실천한 사례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기로 했다.

도로교통공단 미혼 직원들이 9일 서울 중구 신당동 공단 컨벤션홀에서‘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동참하는 서약서를 쓰고, “나부터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익광고가 처음 전파를 탄 9일에는, '신나는 운전석'의 리포터 김지수씨가 "요즘 20~30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고 '삼포 세대'라고 한다지만, 현명하고 똑똑하게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최근 공단 컨벤션홀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 젊은이를 10분간 소개했다.

한국교통방송 관계자는 "주말 오후 1~2시는 인기 오락프로그램이 주로 배치된 시간대"라면서 "청취자들이 자연스럽게 '맞아, 작은 결혼식을 하는 게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공익광고를 수시로 틀면서 프로그램 내용을 통해 결혼문화 문제점도 지적할 방침"이라고 했다.

둘째는 알뜰하고 깔끔한 예식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들은 "초라한 장소를 제공하면서 아무리 시민들에게 '작은 결혼식이 훌륭하다'고 강조해도 호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최근 공단은 3억원을 들여 160석 규모의 컨벤션홀을 말쑥하게 리모델링했다.

예식장뿐 아니라 폐백식과 신부 대기실도 일반 예식장 수준이지만, 임대료는 '0원'이다. 하객 식대와 드레스·메이크업 비용만 본인 부담이다. 공단 직원들이 직접 여성가족부 등에 문의해서, 드레스부터 피로연까지 모두 합쳐 500만원 안쪽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공단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작은 결혼식을 약속한 커플은 결혼식 피로연 식대는 물론 첫 아이 돌잔치 비용도 10% 할인해준다.

셋째는 관련 단체와 연계해 조직적으로 작은 결혼식에 동참하는 사람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공단 미혼 직원 21명과 서울시 녹색어머니연합회·서울시 모범운전자연합회·새마을교통봉사대 등 관련 단체 대표 9명이 9일 신당동 공단 본사 컨벤션홀에 모여 "나부터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세 단체는 총 18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공단은 "앞으로 이분들을 중심으로 작은 결혼식 문화가 확산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