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공익광고 내보내고 그칠 일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해야죠."
9일 서울 중구 신당동 도로교통공단에서 만난 주상용(60) 이사장은 공단 내부 중앙교통정보센터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며 "주말이면 특1급 호텔, 대형 예식장 주변이 축의금 내러 가는 차들로 꽉꽉 막힌다"면서 "그중에 도대체 몇 명이나 진심으로 축복하는 마음으로 가겠느냐"고 했다.
주 이사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경찰서 과장이던 1986년 지방의 한 종교시설에서 가까운 친척 등 50여명만 모인 가운데 대학 때 만난 부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주 이사장은 "당시엔 그렇게 결혼하는 게 당연했다"며 "뒤늦게 한 결혼이지만 참 행복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그동안 내가 갖다 준 게 얼만데…' 하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청첩장을 보내는 것 같아요. 돈은 못 받더라도 축복받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하객 대부분이 '빚 갚는다'는 의무감으로 교통 체증을 뚫고 예식장에 갑니다. 그 때문에 차가 막히니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괴롭고요. TBN이 이런 잘못된 결혼 문화를 고치는 데 한몫하겠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본지 캠페인에 동참하기 앞서 공단 컨벤션홀을 말쑥하게 리모델링했다. 그러면서도 임대료는 '0원'이다. 드레스·메이크업 비용과 하객 식대만 본인 부담이다. 주 이사장은 "예전에 경찰이 강당을 무료로 개방했는데 정작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적어 아쉬웠다"면서 "작은 결혼식장일수록 초라해선 안 되고, 깔끔하고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고 했다.
주 이사장은 "화려한 결혼식도 여러 번 가봤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앞으로 우리 공단 컨벤션홀에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 이사장의 딸(29·은행원)과 아들(27·장교)도 미혼이다. 주 이사장은 "우리 집 아이들도 '결혼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면서 "내 자식들도 모두 작은 결혼식으로 치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