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오바마·시진핑 시대] "美·中의 새 리더십 낙관 7, 비관 3… 北은 엄청난 개방 압력 느낄것"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입력 2012.11.08 03:01 | 수정 2012.11.08 14:13

    [오바마·시진핑 시대 이렇게 본다] [1]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美·中은 한명이 넘어지면 둘다 쓰러지는 관계
    어린 시절 고생한 오바마·시진핑 성향도 비슷
    중국내 이익집단서 군부 움직임 가장 우려돼"

    "한미 관계 강화하면서 對中 막후 채널은 넓혀야
    한국이 美와 함께 中 억제한다는 인상줘선 안돼
    中이 경계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의심 풀어줘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제18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될 시진핑(習近平)의 관계에 대해선 '낙관 7, 비관 3'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처럼 큰 강대국 관계는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양국이 기본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기에 우리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7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계기로 가진 인터뷰에서 '오바마와 시진핑 시대'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오바마는 이날 재선이 확정돼 2017년 1월까지 시진핑과 경쟁하게 됐다.

    함 원장은 "오바마·시진핑 시대에선 우리가 더 지혜롭게 똑똑하게 헤쳐나가야 한다"며 "10년 전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미·중 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하겠다며 '나이브하게' 했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containment)한다는 인상을 줘선 곤란하며 중국이 경계하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의심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함 원장은 연구원 내에 미국 연구센터, 중국 연구센터를 각각 발족시켜 미국과 중국이 각축하는 동아시아의 주요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시진핑 시대에는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그의 두 번째 임기의 대외정책 전망은.

    "오바마의 세계 전략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회생하느냐에 달렸다. 오바마는 재임 1기에 이라크에서 철군(撤軍)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 짓는 데 주력하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했다. 미국 내부의 경제 문제가 심각해서 대외 정책에서 모험주의나 새로운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중국이 중요해지니 자연스럽게 아시아 회귀 정책을 썼다. 오바마 2기에도 경제 회생에 주력하면서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응하려는 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2기의 한반도 정책은.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떤 식으로든지 남북 간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합의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잘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남북관계에 대해선 거부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선출되는 함의는.

    "시진핑은 1953년생으로 전후(戰後) 세대의 인물이다. 새로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10년 전인 2002년 후진타오가 중국의 지도자로 선출될 때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현재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힘이 4배로 커진 후에 지도자가 된 것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G2 시대'의 사실상 첫 중국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와 시진핑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될까.

    "두 사람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했다. 오바마는 케냐인 유학생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하와이, 인도네시아에서 자랐다. 오바마는 대통령 되기 전에 이미 다양성에 눈뜬 사람이다. 시진핑도 이전 중국의 지도자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젊었을 때 이미 미국을 다녀갔다. 문화혁명의 여파로 어렸을 때 후진타오가 겪지 못한 많은 고생도 했다. 두 지도자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선 다원(多元)주의에 대해 이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지도자가 협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인가.

    "미국의 민주당이 원래 다자주의 원칙을 갖고 있다. 공화당보다는 국제기구와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중시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다자주의를 고집한다. 미·중 양자(兩者)의 문제가 아니라 다자(多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입장이다. 이런 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을 여러모로 성향이 같을 수 있다."

    ―시진핑의 장점은 무엇인가.

    "시진핑은 군(軍)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후진타오보다 군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그가 권력의 중요성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당과 군이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나오는 비극과 폐해를 잘 알고 있다. 시진핑은 당과 군이 협력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다고 본다."

    ―오바마와 시진핑 시대의 특징은.

    "사람들은 강대국 간의 라이벌관계를 떠올릴 때 미·소(美蘇) 관계를 생각한다. 하지만, 오바마와 시진핑이 이끌게 될 미·중(美中) 관계는 미·소 관계와 다르다. 미국과 중국은 다른 체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는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체제에 중국이 편입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양국의 미·중 전략·경제 대화는 계속될까.

    "더 심화될 것이다. 최근 미·중 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엄청나다.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매일 싸우는 것 같지만, 미·중 쌍방간의 대화, 문화 교류는 깊고 다양하다. 두 나라가 그동안 쌓아온 분쟁 해결 노하우가 많다. 80년대는 미·일 관계가 '스모를 하는 관계'라고 했다. 한 명이 넘어지면 둘 다 쓰러진다고 했는데 지금의 미·중 관계가 바로 그렇다."

    ―오바마와 시진핑에게도 대결의 순간이 오지 않겠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 인민해방군이다. 중국의 군대는 당(黨)과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의 장군들이 외국의 신문까지 나와서 말을 많이 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18차 당대회에서도 중앙군사위원회가 어떻게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오바마와 시진핑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부딪칠까.

    "일본은 눈치가 빠른 나라다. 미국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싸우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역시 센카쿠 문제로 중·일관계가 악화되면 경제적으로 상처를 받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걱정되는 지역은 남사군도, 필리핀 등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 지역에 어떤 형태로든지 개입을 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이 산업화하면서 이제는 에너지를 대폭 사들임에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각축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중 간의 현안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인권, 환율 문제는.

    "인권에 대해선 사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이젠 별로 없다. 미국 국내 사정상 주요 인물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인권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보거나, 중국 내부의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서 자극을 줄 때는 신경질적으로 나올 것이다. 경제가 회생하지 않는 한 환율 문제는 상존할 것이다."

    ―시진핑이 힘에 기반한 패권외교를 할 가능성이 있나.

    "중국의 최고 엘리트층은 그래도 국제주의자들이다. 대립적인 패권주의로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상호작용이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동맹강화, 호주에 해병대 파병 등 군사적인 것만 부각돼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어느 정도 예상되나 시진핑의 한반도 관련 정책에 대해선 많이 궁금해한다.

    "시진핑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당분간 후진타오 시대에 비해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 북한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대(對) 공산당의 관계다. 원자바오 총리도 개혁적인 성향이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잣대가 달랐다. 북한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동안 별로 높지 않았던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시진핑 체제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자 관계가 부드럽게 형성되고 경제가 살아나면 북한은 엄청난 개방개혁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 김정은이 좋아할 것이다. 강대국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북한은 도발을 해왔으며 항상 똑같은 방법으로 도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바마·시진핑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는 중국과는 여전히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양국 관계가 뿌리를 내리게 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문제가 생기면 미국 측 친구들에게 막후에서 연락한다. 미국과는 기존의 관계를 더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이런 채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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