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변한다] [25] 땅콩집, 1m 비켜섰더니 '여유'가 들어섰다

입력 2012.11.07 03:03 | 수정 2012.11.07 19:17

[땅콩주택의 진화, 판교 '쌍둥이집']
한 필지 위, 같은 형태의 두 집…
앞·뒤로 1m씩 거리 뒀더니 주차장·마당 들어설 공간 생겨
동 사이 벌리고 계단실 설치해 두 건물 벽 사이 소음도 해결

건축가 조성욱씨

2년 전 주택 건축계에 '땅콩집 열풍'이 일었다. 한 필지에 닮은꼴 가구를 나란히 붙여놓은 이 집은 두 건축주가 땅값과 건축비를 2분의 1로 나눌 수 있는 데다, 아파트에선 누릴 수 없던 '이웃 간 정'까지 덤으로 안겨줘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하지만 일부에서 볼멘소리도 나왔다. "디자인이 예쁘지 않다" "옥상과 지하가 없어 불편하다" 등. 회사원 김재윤(41)씨도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다'며 땅콩주택 관련 책을 들고 온 아내 때문에 고민하다 건축가인 고교 동창 조성욱(40·JSW아키텍츠 소장)씨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이 집이 아파트를 대체한 건 맞는데, 내가 원하는 그런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때마침 이사를 계획 중이던 조씨가 손뼉을 쳤다. "우리 그럼 같이 살아보는 거 어때?"

조성욱씨가 최근 경기도 판교에 설계한 '쌍둥이집'은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땅콩주택'이다. 지난 9월 초 입주했다. 최근 판교에서 만난 건축가는 "기존 땅콩주택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단점은 최소화했다"고 했다. 연면적은 230㎡(약 70여평), 평당 공사비 600만원 정도가 들었다.

건축가 조성욱씨가 최근 설계한 경기도 판교의‘쌍둥이집’. 2010년 유행했던‘땅콩주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왼쪽이 건축주 김재윤씨 가족이 사는 동쪽 동, 오른쪽이 건축주 겸 건축가 조성욱씨 가족이 사는 서쪽 동이다. /JOHSUNGWOOK architects 제공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만들었다는 것. 한 필지(70평)를 절반으로 쪼갠 뒤 지상 2층, 지하 1층짜리 집 두 채를 나란히 만들었지만, 각 동의 위치는 조금씩 비켜서 있다. 조씨가 사는 서쪽 동(棟)은 남쪽으로 1m쯤 들어가 있고, 김씨가 사는 동쪽 동은 북쪽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는 것. "집 앞면과 뒷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각각 주차장과 마당으로 쓸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1층 바닥 일부를 유리로 마감해 아이들이 아빠 조성욱씨의 지하 작업실 모습을 볼 수 있다(왼쪽). 잔디가 깔린 옥상 데크에서 두 친구는 종종 맥주 파티를 벌인다(가운데). 거실과 주방을 연결해 카페처럼 연출한 조성욱씨 집 1층(오른쪽). /JOHSUNGWOOK architects 제공

천편일률적이던 땅콩주택 내부도 각자 생활방식에 맞춰 약간씩 변형을 줬다. 부모님이 자주 방문하는 김씨의 집은 1층에 손님방을 따로 두는 대신 거실과 부엌 면적을 양보했고, 조씨 가족은 1층을 거실 겸 주방으로 연결해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녀방의 경우도 김씨는 초등학생 두 딸을 위해 독립적으로 구성했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린(일곱 살·세 살) 조씨는 천장고를 높이고 다락방을 둬 놀이터처럼 활용했다.

조성욱의 판교 쌍둥이집
기존 땅콩주택의 거친 외관과 벽(壁) 간 소음 문제도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저렴하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어 선호됐던 기존 컬러강판 대신 콘크리트와 흰색 페인트를 활용해 한결 깔끔한 외관을 완성하고, 양쪽 동을 약간 벌려 배치한 뒤 벽 쪽에 계단실을 두면서 소음을 차단한 것. 반면 땅콩주택의 가장 큰 장점인 공사비 분담과 이웃 간의 교류는 그대로 살아나, 두 죽마고우는 수시로 옥상 데크에서 만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다. 옥상 바로 밑 공용공간은 작은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두 가구가 부담한 돈은 각각 6억원(땅값 포함)이다.

조성욱의 판교 쌍둥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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