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서울 도심 곳곳에 '재봉틀 학원'이 보이는데…

조선일보
  • 김윤덕 기자
    입력 2012.11.03 03:06

    20~30대 여성들 고급 취미로 떠올라'
    단 하나뿐인 것' 만들 수 있어 더 인기

    재봉틀 돌리는 여자가 많아졌다. 지독한 불황이라지만, 불황 탓은 아니다. 20만원대보다 100만원대 미싱들이 더 잘 팔리고, 수입 원단이 인기다. '바지런한' 전업주부들의 DIY(Do it yourself) 개념과도 조금 다르다. 매사에 개성,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추구하는 20대 싱글 인구가 늘고, 수선과 절약을 목적으로 한 40~50대 전업주부 숫자는 줄었다. NCC미싱에 따르면, 20대 재봉 인구는 2011년을 전후로 20%가 늘고 40~50대 인구는 30%나 감소했다.

    ‘소잉 팩토리’에서 재봉틀 작업을 하는 여성들. 바느질이 20~30대의 고급 취미가 돼 가고 있다. /김윤덕 기자
    직장인 송주현(28)씨는 석 달간 재봉틀을 배웠다. 부라더미싱이 운영하는 '소잉 팩토리(sewing factory)'에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재봉틀이 있으면 커튼·쿠션·가방 같은 소품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고 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재봉기는 자수와 스티치도 되는 100만원대 제품을 선택했다. 30대 회사원 유지혜씨도 미싱에 재미를 들였다. "발판 밟는 재미가 정말 좋아요. 드르륵드르륵 소리 내며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기분이 맑아지죠. 힐링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온·오프라인에는 재봉틀 가르치는 '아카데미'가 넘쳐난다. 소잉 팩토리는 재봉틀 제조업체 부라더미싱이 재봉기와 원단, 실과 바늘 등 양재에 필요한 재료들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게 만든 멀티숍이자 교육공방. "예전에는 을지로에 가서 미싱을 사고, 동대문에서 원단을 산 뒤, 동네 복지관에 가서 재봉질법을 배우는 식이었는데 그 모든 걸 한자리에서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소잉 팩토리 정채은 매니저의 설명이다.

    NCC미싱이 운영하는 '심플소잉'도 유명한 멀티숍이자 재봉질 교육장이다. 최근엔 강남교보점을 확장 오픈했다. "양재에 있던 공방을 20대 직장여성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만큼 20~30대 여성들의 고급 취미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죠." 심플소잉 장금호 과장의 설명. 이 밖에도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문화센터·풀빛문화센터·한국문화센터 등지에서 바느질 수업을 진행한다.

    덩달아 재봉틀 판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부라더미싱의 경우 2011년에 전년도보다 30% 증가한 매출실적을 올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0~30만원대의 저가 미싱이 인기지만, 교육공방을 겸한 멀티숍에서는 400만원대 고가 재봉틀까지 팔려나갈 만큼 1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재봉기법을 갖춘 미싱이 인기다. 원단도 1마에 3만~4만원대의 고급 제품이 각광을 받는다. "요즘엔 북유럽 원단들이 인기예요. 유기농 제품들이 많아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옷 만들 때 선호하는 데다 색감이나 문양이 독특하고 정교해서."

    손바느질보다 속도감이 있고, 자전거처럼 한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 작동법도 재봉질이 서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다. 정채은씨는 "가방이나 쿠션처럼 쉬운 소품은 한두 시간이면 뚝딱 만들 수 있고, 블라우스나 바지, 조끼 같은 간편복도 재봉 경력 두세 달 후면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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