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동네 어린이 건물은 어떤 모습입니까?

조선일보
  • 채민기 기자
    입력 2012.11.02 03:10

    [건축가들, 어린이 건물을 짓다]
    빛 잘 드는 천창의 도서관, 창문 높이 낮춘 어린이집… 잘 지은 건물 공통점은 '배려'
    "건축주, 규모·용도 등 간섭… 사용자 배려 힘든 게 현실"

    최근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어린이집, 어린이 도서관 등의 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이나 만화영화 캐릭터로 겉만 '어린이답게' 꾸미는 게 아니라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활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건물들이다.

    도서관과 한옥 체험 공간을 겸한 서울 구로구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대표적인 한옥 전문가인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씨의 작품이다. 대도시에 한옥으로 공공시설을 지어서 어린이들이 한옥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대지면적 880㎡(266평)로 도시 주택가에선 작은 편이 아니지만 주변에 낮은 담장을 둘러 위화감을 줄였다. 지난해 국토부가 주최한 한옥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상'을 받았다.

    2층 벽과 천장 일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청도어린이도서관.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조형미를 준다. /사진가 조명환
    조민석(단아건축사사무소 소장)씨가 설계한 서울 강남구립 신사어린이집은 올해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조 소장은 "건물 곳곳의 스케일(척도)을 어린이에게 맞췄다"고 했다. 일반적인 건물보다 낮게 설치한 창문이 대표적이다. "보통 건물처럼 창문을 달면 키가 작은 아이들은 답답해해요. 여닫이창의 윗부분이 밖으로 열리게 하면 아이들이 창을 타고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김창균(유타건축 대표)씨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경기 포천의 2층짜리 창고 겸 작업실을 리모델링해 공연·전시 등을 위한 어린이 예술체험공간으로 만들었다. 한 층이 4m 정도로 높은 건물을 어린이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 1층에는 어린이 키 높이에 맞게 만든 집 모양의 구조물로 책 읽는 공간을 만들었다. 2층 뾰족 지붕 부분에는 좁고 아늑한 공간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잠자는 공간을 다락방처럼 꾸몄다.

    글마루어린이도서관. /사진가 박영채

    지난 2월 개관한 경북 청도군의 청도어린이도서관은 동아대 건축학과 이성호 교수가 건축가 오신욱(라움건축)·신종기(동인건축)씨와 협력해 설계했다. 지방 어린이들에게도 수도권 못지않은 교육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청도군이 진행한 프로젝트다. 빛을 받을 수 있는 천창을 곳곳에 뒀다. 이 교수는 "밀폐된 느낌을 줄이고, 벽을 타고 내려온 빛이 공간을 밝게 유지해 어린이들의 정서에 도움을 주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축가들의 잇단 어린이시설 프로젝트에 대해 "보육·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상황과, 비슷비슷했던 공공 성격의 건물도 '제대로' 지으려는 최근의 흐름이 맞물려 나타난 흐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건축가가 지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제대로 짓는 게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공 성격의 건축물 상당수가 그렇듯 지자체 등 건축주들이 건물 규모와 층별 용도까지 미리 정해서 설계를 맡기면, 건축가가 전문가의 조언이나 사용자의 특성을 설계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김성홍 교수는 "설계 작업 이전의 기획 단계, 완공 후 일정 시점까지의 운영에도 건축가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좋은 건축물은 건축가가 설계 전후의 단계부터 건축주나 각계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논의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에선 "완공 후 운영 단계에서 건축주들이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한 어린이시설의 경우 '체험공간'으로 만든 건물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푯말을 붙여 어린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또 건축가가 소규모 공연장이나 놀이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공간에 서가(書架)를 들여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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