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사망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41)이 최근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설이 제기돼 정보 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고 1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일부 북한 소식통들이 “김정남이 최근 제3국에서 우리 정보채널을 통해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관계 당국이 안전하게 신병을 확보한 상태라고 들었다”, “북한의 거물급이 넘어왔는데 곧 큰 뉴스가 될 것”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31일 일본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정남 망명설에 대한 글이 잠깐 올라왔는데, 이게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김정남 망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정감사 때 ‘김정남의 행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느냐’고 묻자 원세훈 원장이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며 “국정원이 김정남이 어디 있는지는 아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김정남 망명설에 대해 국정원에 문의한 결과, “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일과 성혜림(2002년 5월 사망)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28)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이복형이다.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 가짜 여권으로 입국하다 들통나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때부터 그는 김정일의 눈 밖에 났고,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그는 평양에 거의 들어가지 못한 채 마카오에 체류하며 카지노를 즐겨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2010년 9월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추대된 이후 외신과 만나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난달 15일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국제학교에서 유학 중인 아들 한솔(17)이 핀란드 TV와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은 통치를 ‘독재’로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자신이 관할하던 국가안전보위부를 동원해 김정남의 평양 근거지를 습격하고, 해외에 암살 조를 파견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