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대책의 딜레마

조선일보
  • 권승준 기자
    입력 2012.11.01 03:01

    노인요양보험제 확대 필요한데… 재정부담 엄청나고 부정 수급도 문제
    요양 서비스 수준도 낮아 조기 예방이 최선의 대책

    치매는 다른 어떤 질병보다 치매 환자의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치매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사회 시스템이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했고 우리나라도 2008년 도입했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자기 부담금을 최대 20% 지불하면 요양 보호사들이 집이나 요양 시설에서 대신 돌봐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도입 첫해 7만명이던 수혜자가 올해 6월 현재 약 29만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엄청난 재정 부담과 부정 수급, 요양사의 낮은 서비스 질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 대책의 딜레마'는 여기서 출발한다.

    최근 3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 총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이 23.8%인데 총지출은 38.4%로 지출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40년 후에는 적자 규모가 최대 2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에 따른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런 재정 부담 때문에 최근 요양 보호 대상자를 줄이고,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 치료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4년간 부정 수급액만 526억원에 이를 정도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요양 보험을 통해 치매 환자를 사회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정확한 판정을 통해 부정 수급을 막고, 판정 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다음에도 꾸준한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는 장기 요양 서비스의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하지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 위탁 기관을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판정과 사후 관리, 민간 시설 품질 관리 등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치매 조기 예방이 최선이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 수혜자로 선정되지 않은 경증 치매 환자에게도 예방 차원에서 치료비를 월 100∼200유로(약 15만∼30만원) 지급한다. 일본도 경증 치매 환자는 예방 치료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지원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동배 교수는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 치료 시 5년 후 요양 시설 입소율은 55%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며 "조기 예방만이 적은 비용으로 치매 환자를 사회적으로 돌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