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7시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양양국제공항. 연면적 2만6130㎡(7904평) 크기 여객터미널은 중국 다롄(大連)에서 출발한 중국남방항공 전세기 CZ6079편을 타고 도착한 관광객들 소리로 요란했다. 1시간30분 만에 중국에서 건너온 장징(張晶·44)씨는 "가을 설악산이 절경이라는 여행사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며 "강원도 관광지가 가까워 시간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행가이드 김경일(29)씨는 "중국인들은 대개 설악산과 오죽헌 등을 둘러보고 동해안이나 춘천 남이섬 일대를 돌아본다"고 말했다.
2009년 승객이 없어 '유령공항'으로까지 불렸던 양양공항이 살아나고 있다. 올 1월 취항한 양양~하얼빈 노선(주 1회)은 그간 8393명이 이용, 탑승률이 95.8%에 달했다. 지난 6월부터 다니는 양양~다롄 노선(주 2회)도 8285명(탑승률 92.3%)이 이용했다. 2009년 3066명에 불과했던 양양공항 이용객은 2010년 1만8776명, 2011년 1만2629명에서 2012년 10월 말 현재 2만3300여명으로 늘고 있다. 올 한해 전체 3만2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강원도가 입체적으로 벌인 '양양공항 구출작전' 덕분이라는 평가다. 강원도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6월 25~28일 중국 베이징과 하얼빈에서 관광설명회를 열었다. 헤이룽장성 성장을 만나 양양~하얼빈 간 전세기 노선 활성화를 부탁했고, 운항 장려금 지원을 약속했다. 다음 달 취항하는 양양~중국 후허하오터·우루무치 노선도 당시의 성과물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 광저우 국제관광박람회 참가, 9월 중국 동북아 무역박람회와 서부국제박람회 등에서 강원도를 홍보하고 현지 여행사와 양양공항 연계 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협의했다. 양양공항은 중국발 전세기 착륙료·정류료 등 공항시설 사용료를 100% 감면해주고, 공항 직원들에게 중국어 교육도 했다.
강원도는 중국 여행사에는 관광객 1인당 1만원씩의 모객 지원금도 내주고, 전세기 한 편당 200만~400만원씩인 운항 장려금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주고 있다.
올해 강원도는 중국 관광객 양양공항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중국 여행사·항공사 등에 모객 지원금 1억3100만원을 줬고, 항공 장려금도 6억3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7억6600만원을 썼다. 강원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 1명이 강원도에서 쓰는 돈은 29만8000원. 결과적으로 양양공항을 통해 들어온 중국 관광객들이 올해 34억7000여만원을 강원도에서 쓰고 갔다는 얘기다.
강원도는 현재 2개인 양양공항 국제선 노선을 2013년 8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양양공항은 '공항 살리기' 2단계로 국내선 '에어택시'(18인승 소형항공기) 이용객 늘리기에도 안간힘이다. 올 5월부터 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는 양양에서 김해·광주·김포로 향하는 소형항공기를 띄웠다. 그러나 현재 김해·광주 노선 승객은 각각 4227명(탑승률 63%), 1477명(탑승률 51%)이란 성적에 머물고 있고, 김포 노선은 이보다 더 부진한 188명(탑승률 20%)이어서 적자 운영을 하는 상태다. 강원도는 양양공항 국내선 유지를 위해 항공사 측에 매월 탑승률에 따라 손실 보전금을 내준다.
강릉원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임승달 교수는 "양양공항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국 중소 도시와 양양 사이 직항로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라며 "중국은 중소도시라도 인구가 200만~500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공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