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예물·예단이 다 뭡니까" 어떤 의사 어머니의 상견례

    입력 : 2012.10.30 03:00 | 수정 : 2012.10.30 08:14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사돈, 나도 공중보건의 만나 연탄불 갈며 출발했지만 행복
    인생 최고 선물인 며느리한테 허례허식으로 상처주기 싫어
    이렇게 예쁜 딸, 감사합니다… 내 아들이 굶기진 않을 거예요"

    "딸이 결혼하겠다고 말한 날, 밤새도록 잠을 설쳤어요."

    지난달 A(52)씨는 딸(28·회사원)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TV 아침 드라마 장면이 떠오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행 대출도 알아봤어요. 하지만 우리 형편에 무리를 해도 사돈댁에서 만족하겠어요?"

    충남 청양에 사는 A씨는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두 딸과 아들을 반듯하게 키웠다고 자부해왔다. 버스 운전을 하다 퇴직한 남편(64) 대신 마트에서 일하며 자식들을 교육했다.

    딸은 집안 형편을 생각해 지방 국립대에 진학했고 고등학교 때 만난 남자친구(29)는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예비 의사'다. 사돈은 충남 천안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지난달 말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이런 고민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사돈이 먼저 '딸을 예쁘게 키워줘서 매우 고맙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살도록 돕자'면서 '결혼은 검소하게 하고 혹시 준비한 돈이 있으면 아이들이 종잣돈으로 쓸 수 있게 딸 통장에 넣어달라'고 했어요. 세상에 이런 분도 있구나 싶었죠." A씨는 "상견례 다음 날이 사돈의 생일이었다"며 "사돈이 상견례 자리에서 자꾸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 우리 며느리' 하는데 그 말이 지금도 맘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예비 시어머니 김은주(53)씨는 A씨 몰래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도 신청서를 냈다.

    김씨는 "며느리에게 상처를 줄까 봐 먼저 '허례허식에 쓸 돈 있으면 아이들 주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도 공중보건의 부인으로 36㎡(약 11평)짜리 아파트에서 연탄불 갈며 출발했다"며 "그래도 지금 참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2년 뒤면 의사가 될 테니 뭐가 돼도 돈벌이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가는 오는 12월 충남 천안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예물과 예단을 생략하고 가족과 친한 친척들만 초청하기로 했다. 축의금도 받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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