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대만의 보건 당국이 26~28일 국내에서 벤조피렌 소동을 빚은 농심의 '너구리' 등 라면을 회수하기에 나섰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6월 조사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던 D 식품가공 업체의 가쓰오부시(훈제건조어육)를 수프 원료로 쓴 라면을 25일부터 회수하기 시작한 데 따른 반응이다. 벤조피렌은 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해놓고 있다.

당초 식약청은 23일 일부 언론이 야당 국회의원 자료를 인용해 '농심 라면에서 벤조피렌이 나왔다'고 보도하자 '검출량은 안전한 수준'이라며 회수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지난 6월 D사의 가쓰오부시에서 기준치의 최고 5배인 벤조피렌이 나오자 문제의 가쓰오부시를 납품받아 만든 농심의 라면 수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문제가 된 농심 라면을 국민 1인당 평균 라면 섭취 횟수만큼 먹을 경우 벤조피렌 섭취량은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양의 1만60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식약청은 국정감사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계속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자 농심 측에 문제의 라면 제품들을 자진 회수하도록 지시했다.

농심은 6월 식약청으로부터 라면 수프의 벤조피렌 검출 사실을 통보받은 후 해당 원료 사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 건강을 앞세우는 식품 회사라면 그때 벤조피렌 검출 사실을 공개하고 과학 자료를 제시하며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설득이 어려울 경우엔 스스로 해당 제품을 수거해야 했다.

식약청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유통을 차단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서면 국민에게 바른 정보를 전달해 안심시키고 아무리 국회의원이 몰아붙인다 해도 소신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라고 식약청에 박사급 연구원만 600명이나 근무하게 한 것 아닌가.

국민은 식품의 안전성에 극히 민감하다. 어떤 식품에 해롭지 않은 수준의 양이라 해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소비자가 일제히 구매를 중단하고 업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으면서도 식약청의 우왕좌왕으로 국제적 '라면 수거' 소동까지 불러왔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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