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56·사진 왼쪽) 하나은행장과 외아들 현식(27)씨도 '작은 결혼식'을 약속했다.

김 행장은 "외아들 이지만 결혼식때 거래처에 청첩장을 보내지 않겠다"면서"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화려하게 결혼하는 것은 이제 출발하는 신랑·신부를 위한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행장은 또 "앞으로는 노후가 길어져 자녀 결혼에 무리하면 당장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노후에) 큰 부담이 된다"며 "도를 넘는 호화 결혼은 사회적으로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론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부모들이 보통 자녀 결혼을 앞두고는 계산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무리해서 자식들 호화 결혼식을 올려주면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힘든 노후를 맞게 된다는 걸 은행원들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자산이 얼마 되지 않는 고객들도 '(노후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무리를 해요. 체면도 너무 많이 따집니다."

아들 현식씨도 아버지의 생각에 공감했다. 그는 "결혼식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행복한 자리"라며 "분수에 넘치게 결혼식 한 친구들은 그런 결혼식을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긴장돼 보여 안타까웠다"고 했다.

2010년부터 한 패션업체에서 영업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역발상(逆發想)'을 제안했다. 보통 '결혼은 일생에 한 번'이라고 생각해서 과하게 치르는 경향이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한 번뿐인 행사에 굳이 그렇게 과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어떤 결혼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천자토론] '작은 결혼식' 올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