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정치 개혁' 남에게 묻지만 말고 자기 案 내놓으라

조선일보
입력 2012.10.22 23:31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2일 책임총리제, 선거구 획정(劃定) 독립 기구, 권역별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같은 정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헌법은 총리 권한으로 '장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 및 해임 건의권'과 '행정 각부의 통할'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책임총리제는 다음 대통령이 총리에게 이런 헌법상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하도록 보장하면 당장 실현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독립 기구는 이미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야가 획정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들 이해(利害)에 따라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만든 데 문제가 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배가량 늘려 권역별 정당 명부제를 실시하는 방안은 김대중 정부 이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실 문 후보 측이 내놓은 정치 개혁 법안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안을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할 전제 조건으로 "정치권의 혁신과 국민이 동의하느냐 여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현실 정치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정치 무(無)경험' 덕분이다. 안 후보의 정치 무경험은 여론조사에서 힘이 될지 모르지만 만일 그가 대통령이 되는 날이면 바로 그 순간부터 정권의 앞날을 위태롭게 만들 게 분명하다. 안 후보가 국민에게 해야 할 가장 급한 의무는 본인의 정치 무경험이 빚어낼 정치 혼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민주당이 '정치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자기 집 대문을 수리해야 하는데 옆집 가서 물어보는 격이다. 사흘 정도 국민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 개혁 방안은 국민에게 사흘이 아니라 1년을 묻고 다녀도 '진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정치 개혁이 그렇게 쉽고 간단한 일이면 우리 정당이 아무리 게으르고 무능하다 해도 지금처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어렵다는 걸 알지 못하면 그걸 풀어갈 방법도 찾을 수 없다.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가 뭘 하면 "어려운 결정을 했다"거나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라는 식으로 품평(品評)하는 것과, 정치 개혁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지난(至難)한 일이라는 것부터 직시(直視)해야 한다.

안 후보는 정치 개혁에 대해 남에게 묻지만 말고 이제 자기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대선 후보의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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