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인천항 갑문(閘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이곳 정원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1만3000㎡(약 4000평) 크기의 갑문 정원은 하객 200여명으로 붐볐다.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갑문에서 첫발을 내딛는 신랑·신부에게 축하 와인과 넥타이를 선물했고 공사 직원 7명이 주차를 도왔다.

이날의 주인공은 인천의 휴대전화 매장 직원인 한광섭(30)씨와 피부관리사 서아름(30)씨 커플.

한씨는 "야외에서 결혼식 하는 게 꿈이라 수도권을 전부 수소문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다들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갑문에서 결혼한 커플 사진을 보고 딱 여기다 싶어 인천항만공사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예물·예단을 생략한 대신 그동안 모은 돈 2000만원에 대출금 5000만원을 더해 인천에 빌라를 샀다. 결혼식 비용은 출장 뷔페 포함해 1000만원도 채 안 들었다. 한씨는 "'결혼식은 한 번 치르면 끝이니 공(空)돈 들이지 말자'는 아내가 매우 고맙다"고 했다.

20일 오후 인천에 사는 직장인 한광섭·서아름씨가 인천항 갑문 정원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은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인천항 갑문은 서해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를 조절하기 위해 1974년 월미도 쪽에 설치됐다. 이후 인천항이 수출입 화물을 실어나르는 물류항으로 발전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갑문이 결혼식장으로 처음 개방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15쌍이 갑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시민이 서해의 관문인 인천항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후 실제 이용하는 신랑·신부는 드물었다. 김춘선 사장은 "관계 기관과 협의해 최대한 많은 젊은이가 검소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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