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일 열린 GCF 이사회 비밀투표에서 인천 송도는 경합을 벌이던 독일 본과 스위스 제네바를 따돌렸다. GCF는 선진국에서 기금을 모아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GCF는 2020년부터 한 해 1000억달러 넘는 지원 사업을 벌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번듯한 국제기구로 한국에 본부를 두게 되는 것은 GCF가 사실상 처음이다. 20세기 국제사회 이슈가 빈곤 추방, 보건 향상이었다면 21세기 최대 과제는 기후·에너지 문제로 바뀌어가고 있어 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는 더 뜻이 깊다. 내년 GCF 사무국은 수백명 수준으로 출범하지만 앞으로 세계은행(직원 1만2000명), 아시아개발기금(3000명)의 기능을 대체해 가는 수퍼 국제 원조 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 본부를 유치하게 되면 올림픽 같은 단발성 행사를 개최하는 것과는 달리 유치 도시에 1년 내내 고급 상주 인력과 국제 유동 인구가 생겨나게 된다. 국제기구 유치에 따르는 지원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국제 감각을 갖춘 대한민국 미래 세대가 국제기구로 진출할 기회도 넓어질 것이다.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그동안 외국자본 유치가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아 고층 빌딩들만 덩그러니 올라가 있을 뿐 도시 활력은 찾기 힘든 상태다. 글로벌 기업의 연구 개발 부서와 외국 대학, 연구소 등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병원·학교 같은 도시 인프라와 외국 자본에 대한 세제 지원 등에서 홍콩·싱가포르 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송도 거주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병원, 국제학교, 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게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야 한다. 외국인으로서 송도에 산다는 것이 뉴욕·파리·제네바에 사는 것보다 편리하고 쾌적하다고 느끼도록 교통·쇼핑·언어·문화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 GCF의 송도 유치가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 결과에 따라 다른 국제기구들도 세계 본부나 지역 사무소를 송도에 둘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GCF 송도 유치는 대한민국과 인천 송도가 새로운 국제기구의 허브로 떠오를 수 있는지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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