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대학생 고모(24)씨는 지난달 28일 수원 남부경찰서로부터 "청소년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경찰서로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고씨가 1주일 전 업로드한 일본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그 애니메이션에는 남자 주인공이 한 여고생의 알몸을 상상하는 장면이 4~5회 나온다. 경찰은 고씨에게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고씨는 "이틀 전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팀에 같은 이유로 연락을 받았지만, 그때는 경찰이 음란물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지난달 29일 아동포르노물을 다운받았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가 일주일 전 다운 받은 성인물에 나온 성인 여배우 중 한 명이 교복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아동 음란물에 대해 경찰의 대대적 단속이 시작되면서, 단속의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아청법(아동·청소년보호법)'에 불만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동음란물을 정의한 제2조 5항의 모호함 때문이다. 이 조항은 아동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김씨처럼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나온 영상을 보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디까지가 음란물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다. 아동·청소년의 신체 노출 장면이 담겨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속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의적인 음란물 단속에 항의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현재 약 7만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고, 아청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위한 모금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아동음란물을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표현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14일 모호한 단속기준에 따른 지적이 이어지자, 단속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교복을 입은 성인 배우가 출연하는 음란물도 아동·청소년음란물에 해당하나?
"아니다. 일반인이 보기에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착각할 정도로 어린 경우에만 해당한다. 예를 들면 제목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청소년으로 착각할 수 있는 성인 배우가 나온다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신체 노출 장면만 나와도 음란물인가?
"아니다. 단순히 신체 노출이 아니라, 성행위 장면이나 성기의 반복적인 노출 등 노골적으로 성적 흥미를 부추기는 내용이 있어야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