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직의 비극은 없었다. 롯데가 4전5기 끝에 가을 야구에서 ‘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거둔 3승이 모두 역전승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몰라보게 달라진 불펜의 힘과 타선 집중력이 원동력이다.
작년까지 롯데는 큰 경기에서 구원 투수진의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지곤 했다. 양승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작년에 SK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다.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친 최대성과 작년 2차 드래프트에서 데려온 김성배가 가세하면서 기존 김사율·강영식 등과 함께 탄탄한 불펜을 구축했다.
SK 시절 풍부한 단기전 경험을 쌓은 정대현·이승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큰 힘을 보탰다. 정대현은 1·2차전에서 연달아 세이브를 올렸고, 4차전에는 9회 등판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구원승을 거뒀다. 이승호도 3차전에서 선발 사도스키가 1회부터 갑작스러운 근육통으로 물러나자 구원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자들도 노련해졌다. 작년까지 롯데 타자들은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갖추고도 정작 큰 경기에선 성급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기회를 날리곤 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달랐다. 03으로 뒤지던 4차전 8회 말, 롯데는 8명의 타자 중 4명이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롯데 팬들이 “(치지 말고) 기다려”라고 외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양승호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돋보였다. 그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주춤했던 김사율 대신 정대현을 준플레이오프의 마무리 투수로 돌렸다. “장기전에선 팀이 선수를 배려할 수 있지만, 단기전에는 선수들이 팀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였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것에 대비해 이승호(3차전), 송승준(4차전) 등 롱 릴리프를 미리 준비해둔 포석도 모두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