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로 앞서던 7회초가 승부처였다. 두산 선두 타자 민병헌은 롯데의 네 번째 투수 최대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랐다. 3번 타자 김현수의 우전 안타로 1·3루. 그러자 4번 윤석민이 우전 적시타로 값진 추가점을 뽑았다. 오재원은 이어진 1사 1·2루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강영식을 공략,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쳤다. 이원석의 유격수 땅볼로 3루 주자 오재원까지 홈을 밟으며 순식간에 점수 차가 5점으로 벌어졌다.
두산이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원정 3차전(5전3선승제)을 7대2로 이기고 홈 2연패 뒤 반격의 첫 승리를 거뒀다.
◇두산 "진작에 바꿀 걸"
김진욱 두산 감독은 이날 타순에 변화를 줬다. 2차전까지 안타가 없었던 임재철 대신 민병헌을 2번에 넣었다. 2번 오재원은 6번으로 옮겼다. 9번 타자 김재호를 빼곤 맥을 추지 못하던 하위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달라는 뜻이었다. 5번 타순엔 이번 시리즈 들어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최준석을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김 감독의 분위기 전환 카드는 절묘했다. 두산 타선은 1회초에 최준석의 결승 2점 홈런 등 3점을 뽑으며 롯데 선발투수 사도스키를 무너뜨렸다.
오재원은 7회초 2타점 3루타 등 2타수 1안타(2볼넷·1몸맞는 공)로 활약했다. 2루수로 나선 그는 3회말 수비 땐 1사 1루 상황에서 박종윤이 친 중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더니 '글러브 토스'를 하며 병살 플레이(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임재철(1회)과 오재원(3회)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배워야 할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
두산은 1회 3득점하고도 불안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종아리에 공을 맞은 이종욱이 도루에 선취 득점까지 했는데, 통증이 가시지 않아 1회말 수비부터 빠졌다. 우익수 민병헌이 이종욱의 수비 위치인 중견수로 옮기고 선발 출전하지 않았던 임재철이 우익수로 들어갔다.
임재철은 1회말에 멋진 수비로 타격 부진을 만회했다. 1사 만루에서 롯데 박종윤이 친 뜬 공을 잡고 홈 송구로 3루 주자 조성환까지 아웃시키는 '어시스트(보살·補殺) 병살 플레이'로 실점을 막아냈다. 두산의 신인 변진수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5회 2사부터 7회까지 무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변진수는 신인답지 않게 배짱이 있다.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롯데 '2년 전 악몽' 살아나나
롯데는 사도스키가 1회 2사 후 물러난 다음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 이승호가 5회 1사까지 무실점 호투하면서 1·2차전 같은 역전극의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롯데 타선은 2회말에 2점을 따라간 이후 무기력했다. 4회말엔 1사 후 3루에 있던 전준우가 포수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그는 용덕한이 스퀴즈번트를 대려다 방망이를 빼는 사이 홈 쪽으로 너무 많이 움직이는 바람에 3루 귀루가 늦었다. 롯데는 5회말 1사 1·3루 기회도 날렸다.
3차전을 내준 롯데로선 2010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때 2연승 후 3연패로 탈락했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롯데는 2008년부터 이날까지 사직구장에서 준플레이오프 7연패를 당했다. 4차전은 12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