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한국에 한참 뒤졌던 日, 무명 과학자 키워 역전

    입력 : 2012.10.10 03:02

    [야마나카 노벨상 수상 계기로 세계시장 선점 야심]
    황우석 줄기세포 대안 연구, 실적 없었지만 대학원서 채용
    710억 지원받아 iPS 세포 완성
    日정부, 국제표준 목표로 1230억 더 쏟아부을 듯
    한국도 1000억 들여 재기 시동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영국의 존 거던(79)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최초로 개구리 복제에 성공한 과학자고,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50) 교토대 교수는 피부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드는 방법을 처음 개발한 연구자다. 과학자들은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한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착각했던 '복제 배아줄기세포'라고 말한다.

    거던 박사의 개구리 복제는 각종 포유동물의 복제로 이어졌고, 황우석 박사는 2004년 동물 복제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사람 피부 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황 교수에게 연구비를 몰아줬고 세계 석학들의 공동 연구 제의도 잇따랐다. 하지만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이 밝혀지자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과학계 기피 대상이 됐다.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수정란을 파괴해야 얻을 수 있어 윤리 논란도 거셌다.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는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피부 세포에 특정 유전자만 넣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수정란을 파괴할 염려가 없다. 환자 자신의 피부 세포를 쓰기 때문에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이 없다. 한국의 황우석 바람을 동경하던 일본은 야마나카에게 70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자해 세계 줄기세포의 선두로 나섰다. 그 사이 '황우석 쇼크'에 빠진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투자가 미국의 30분의 1, 일본의 5분의 1로 주저앉았다.

    日 과거 실적 없어도 과감히 지원

    일본이 줄기세포 분야의 강국으로 떠오른 계기는 야마나카 교수의 2007년 iPS 개발이었다. 그는 1999년 나라(奈良)첨단과학기술대학원에 조교수로 응모했고 학교 측은 실적도 없이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그를 채용했다. 그는 당시 연구비 3억엔도 지원받았다. 야마나카는 2004년 교토대학으로 옮겨 연구를 완성했다. 일본 정부는 난치병 치료 가능성과 파급 효과를 보고 2010년 야마나카에게 50억엔(약 71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공동·협업 연구는 일본이 가진 강점이다. 교토대학은 2008년 특허 관리 회사 'iPS아카데미재팬'을 만들어 iPS 연구 성과 공유와 공동 연구 확대를 추진했고, 미국·유럽 등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 일본 내 60여개 제약 회사와 연구소가 iPS아카데미재팬의 특허를 활용해 관련 기술과 약품·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관련 상품의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87억엔(약 1230억원)을 투자해 각 관련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고 국제표준을 목표로 iPS 세포 배양과 품질을 평가하는 기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 '黃쇼크' 털고 재기 시동

    최근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줄기세포 투자가 세계 10위권 밖이었는데 올해 1000억원으로 작년보다 70% 늘면서 5위권 가까이 왔다"고 말했다. 김동욱 교수팀은 일곱 가지 난치병 환자들의 세포로 만든 iPS 은행도 만들어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길을 열었다. 2010년 울산과기대에 iPS 연구자들이 모인 한스쇨러줄기세포연구센터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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