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기기 위해선 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
베네수엘라 야권의 통합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40)는 7일 밤(현지 시각) 패배를 인정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막아보려던 야권의 시도는 또 실패로 돌아갔다.
카프릴레스는 패했지만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 13년간 가장 막강한 도전자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프릴레스는 이번 대선에서 615만표 이상을 얻었다. 지난 4번의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도전한 야권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 수와 득표율(44.97%)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 우니베르살은 카프릴레스가 도시 중산층과 교육받은 계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카프릴레스는 별명이 '홀쭉이'일 정도로 날씬하고 젊고 건강한 이미지로 살찌고 병든 장기 집권 대통령 차베스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CNN 등 외신은 유세 기간 카프릴레스가 가는 곳마다 '록스타'급 인기를 누렸다고 보도했다. 오합지졸이던 베네수엘라 야권이 지난 2월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룬 것도 이번 대선에서 선전한 요인 중 하나이다. 야권은 지난 2006년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300만표 이상 차로 참패했으나 이번에 그 격차를 130만표로 줄였다.
카프릴레스는 또 해외 거주 베네수엘라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재외 유권자는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미국 내 8개의 베네수엘라 영사관에서는 종일 투표 행렬이 늘어섰다고 CNN이 전했다. 미국 거주 베네수엘라 유권자는 2000년 9만여명이었으나 2010년 집계에서 24만명으로 늘었다. 차베스의 장기 집권이 싫어 미국으로 온 베네수엘라 국민은 대부분 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