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기상기구의 볼라벤 진로, 결국 기상청과 달랐다

조선일보
  • 박은호 기자
    입력 2012.10.09 03:03 | 수정 2012.10.09 09:35

    日기상청 통해 발표한 '베스트 트랙'… 141㎞ 서쪽에 위치
    기상청, 볼라벤 이동 경로를 '서해안 북상·황해도 상륙' 발표… 실제론 백령도 서쪽 해안 통과
    기상청 "누가 옳은지는 몰라… 베스트 트랙이 잘못됐을수도"

    지난 8월 28일 한반도를 강타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의 중심 위치가 당시 기상청이 발표했던 진로보다 많게는 약 140㎞ 더 멀리 떨어진 서해 상에 위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태풍 볼라벤이 서해안을 따라 일직선으로 이동해 북한에 상륙했다"는 기상청 발표가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상청의 진로 '조작 의혹'〈본지 8월 30일자 A1면〉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민주통합당) 의원은 "세계기상기구(WMO)의 북서태평양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인 일본 기상청(JMA)이 최근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진로와는 크게 다른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best track·최적 경로)'을 확정했다"면서 "이는 한국 기상청의 진로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라고 8일 밝혔다.

    JMA 홈페이지(www.jma.go.jp)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은 지난달 26일 공식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이 서울에 가장 근접했다고 기상청이 발표한 지난 8월 28일 오후 2~3시 볼라벤의 실제 위치는 기상청이 밝힌 위치보다 141㎞ 더 남서쪽에 위치해 있었다〈그래픽〉. 또 당일 오후 4시 이후부터는 볼라벤이 인천 백령도 서쪽 해상을 따라 북상한 것으로 베스트 트랙에 기록됐다. 기상청은 "볼라벤이 28일 오후 4시쯤 북한 해주 지방에 상륙해 북한 내륙 지방을 일직선으로 북상했다"고 발표했었다.

    기상청 나득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도 볼라벤의 베스트 트랙을 재분석하는 중"이라며 "재분석 결과 (한국 기상청이 당초 발표한 진로가) 수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JMA가 발표한 베스트 트랙 또한 잘못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 어느 쪽의 베스트 트랙이 옳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내년 1월 열리는 WMO 태풍위원회에서 베스트 트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민간 기상 전문가 A씨는 "WMO는 베스트 트랙의 결정 권한을 JMA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상청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면서 "베스트 트랙 발표 이후에도 기상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도 "일본 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향후 베스트 트랙이 수정될 여지는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상청은 8월 28일 서해에서 북상 중이던 태풍 볼라벤의 진로와 관련해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JMA, 홍콩 기상청 등 세계 유수 기상 기관이 발표한 진로와는 100㎞ 안팎 차이가 나는 곳에 태풍의 중심이 위치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스트 트랙(best track)

    태풍이 소멸한 뒤 인공위성과 육상·해상 등지에서 관측한 각종 자료를 정밀 재분석해 최종 확정한 태풍의 실제 이동 경로를 말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 6곳에 둔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에 베스트 트랙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북서태평양 지역의 RSMC는 일본 기상청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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