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수출 1호' 찌아찌아족 한국어 교육도 중단

입력 2012.10.09 03:03 | 수정 2012.10.09 14:00

교육기관 문 닫고 교사 귀국, 지원 원하는 현지와 이해달라… 정부·학계 종합협력 아쉬워
서울대, 솔로몬제도 2개州서 한글 표기문자로 교육 시작

'한글 수출 1호'로 화제를 모았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族)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중단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지난 2010년 찌아찌아족을 향한 훈민정음학회의 한글 보급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데 이은 두 번째 실패다.

이런 배경에는 지나친 성과주의 외에도 교육하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 판이한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와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주(州)와 말라이타주가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글 교육을 둘러싼 '동상이몽'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어 교육기관인 현지 세종학당의 위탁 운영을 맡았던 경북대가 계약 기간(작년 9월부터 1년)이 끝나면서 재정난을 이유로 철수했다"면서 "현지 세종학당은 8월 31일을 끝으로 무기한 문을 닫았고 한국인 교사 정덕영(51)씨도 귀국했다"고 8일 밝혔다.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약 8만명)은 독자적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어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가 2009년 한국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로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다. 찌아찌아족 고유 언어의 발음을 한글로 적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2010년엔 훈민정음학회가 정덕영씨를 현지에 파견해 1년 가까이 한글을 교육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한국 정부·서울시와 교류하거나 경제 지원받는 일이 이뤄지지 않자 2010년 말 한글 보급이 중단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바우바우시와 문화예술 교류·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지만 문화센터 건립과 도시 개발 사업 협조 등의 논의가 예산 문제로 모두 백지화됐다"고 전했다.

장기 플랜과 지원책은 부실

찌아찌아족 경우는 '외국에 한글 보급'이라는 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지인들은 '한글'을 통해 '한국'의 각종 지원까지 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합·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는 것.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0년 찌아찌아족이 표기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일부 지역에서 한글을 받아들이고 경제적 발전을 이루면 분리 독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어느 재단에서 약속한 지원금을 대지 못하면서 일이 꼬인 사례"라고 말했다.

올 1월 현지에 세워진 세종학당은 경북대와 인도네시아 무함마디아 부톤대가 협력해 공식 개원했다. 운영비는 문화부가 국고 3400만원, 경북대가 3600만원을 부담해 연간 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역시 재정 문제와 행정 미비 등으로 운영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글 수용을 주도한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 시장의 임기도 오는 12월 끝난다.

문화부 국어정책과 김혜선 과장은 "국고를 더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바우바우시 세종학당은 연내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이 없는 프로그램은 위험"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는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 토착 언어를 한글로 표기한 교과서를 만들고, 지난 1일부터 현지 중·고등학교 각각 한 곳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연구소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한글로 표기된 토착어로 교육할 예정이다.
<BR>이호영 교수는 "이번엔 한국 정부에 사업 시행을 알렸고, 솔로몬 제도 지방정부의 협조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교수)은 "철학이 취약한 것이 문제"라며 "상호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원칙 아래 교재도 현지의 전문가와 함께 개발하면 외교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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