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독창성으로 세계 석권한 '강남 스타일'

조선일보
  •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12.10.07 23:30

'공산품' 가요와 다른 음악 '어디서도 못 들어본 노래' 전 세계에서 폭발적 반응
국적을 넘어서는 감동 입증… 일회성 성공으로 끝난대도 한국어 노래 성공은 충격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며칠 전 브라질에 있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여러 얘기를 나누던 중 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국 가수가 미국에서 안 되라는 법이 있느냐"면서 브라질 최고 축구 스타 네이마르도 '2012 남미수퍼컵' 우승 세러모니로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싸이 월드'다. '강남스타일'은 대견하게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가수 한 명에게 이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던 적도 없었다. 한국의 모든 언론이 '싸이어천가(御天歌)'를 외치고 있다. 그에 관한 모든 게 기사로 양산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싸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인물이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영어조차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의견, 그의 출렁이는 뱃살이 꽃미남 배우들의 식스 팩보다 멋있다는 의견도 있다. 저속한 말이었던 '쌈마이(삼류)'는 이제 우리 시대의 친근한 보통명사가 되었다. 이 정도면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12년 전 데뷔곡 '새'를 불렀을 때 싸이는 그의 말처럼 '쌈마이' 그 자체였다. 나를 당혹스럽게 했던 그의 새춤은 김흥국의 '호랑나비' 이후 등장한 최강의 퍼포먼스 노래처럼 보였다. 솔직히 그때는 싸이가 이렇게 장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쾌거가 두 가지 면에서 특히 통쾌하다.

첫째는 당연히 '세계시장 석권'이다. '강남스타일'의 메가히트는 크게 유머 코드와 독창성의 승리이다. 우선 코믹한 뮤직비디오는 가사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강남스타일'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음악적으로는 당대의 흐름인 일렉트로니카풍(風) 곡임에도 싸이 특유의 '날것' 느낌과 어우러져 전 세계 팬들에게 상당히 싱싱한 음악으로 다가섰다. '강남스타일'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라는 세계의 평가와 반응은 어쩐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요즘 가요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싸이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강남스타일'에 양념을 많이 가미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싸이의 노래는 마치 공산품처럼 대량생산되는 최근 가요계의 풍토와는 정반대 지점에 서있다.

둘째는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히트가 한류(韓流)와 K팝의 허실(虛實)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동안 기울인 많은 사람의 해외 진출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외쳤던 한류와 K팝 열풍이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이번 쾌거가 선명하게 알려주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강남스타일'은 한국 가수 싸이의 노래지만 전 세계 팬들에게 싸이의 국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남스타일'은 "감동과 유머는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다"는 진리를 세계만방에 입증했다. 감동은 반드시 눈물을 흘릴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무척 즐겁고 행복할 때도 감동은 생긴다. 그래서 더욱 통쾌하다.

싸이의 인기가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일회성 흥행 성공)로 끝난다 해도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강남스타일'의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 히트 원더가 꼭 부정적인지 반문하고 싶다. 팝음악 역사를 보아도 원 히트 원더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한민국 가수의 한국어 노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의 원 히트 원더 노래들과는 급(級)이 다르다.

싸이는 분명 '있는 집' 자식인데 왜 그토록 자신을 쌈마이라고 주장할까? 그는 보통 쌈마이가 아니다. 싸이는 우리 시대가 낳은 '부르주아 쌈마이'다. 그의 가사처럼 뭘 좀 아는, 아니 많이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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