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가요계 ‘절친’이었던 가수 김장훈(45)과 싸이(본명 박재상·35) 사이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김장훈이 5일 새벽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장훈은 “약을 너무 먹었나 봐요. (중략) 믿는 이들의 배신에 더는 못 견디는 바봅니다. 혹시라도 저 너무 욕하지도 말고. 상심하지 말기. 형이 미안하다. 간다”라고 썼다.
김장훈이 이 글을 올린 시각은 싸이가 ‘세계 음원 차트 정복 기념’ 무료 공연을 시민 8만명이 모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성황리에 마친 직후였다. 글을 본 네티즌과 팬들이 김장훈의 상태를 걱정하자 김장훈 소속사 측은 “별일 아니다. (김장훈이) 잠깐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수습했지만, 같은 날 오후 김장훈이 다시 “썼던 글이 그거(자살을 암시하는 것).. 맞구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네티즌들은 김장훈이 과거부터 ‘공연 기획’을 둘러싸고 싸이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9년 전 인연 맺은 김장훈·싸이, 공연 기법 둘러싸고 갈등
두 사람은 2003년 김장훈이 싸이의 단독 콘서트를 연출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고 싸이는 이 공연을 통해 배운 공연기법과 아이디어 등을 토대로 자신의 공연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싸이는 2004년 공연 연출 도중 벽에 부딪히고서 김장훈의 콘서트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변형시켜 사용했다. 김장훈은 싸이의 공연이 자신의 것을 표절했다고 주장했고 싸이는 선배에게 배우는 것이 표절일 수 없다고 반박하며 반목(反目)하게 됐다.
2006년까지 두 사람은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공연 경쟁’을 벌이는 냉전기를 보냈다. 싸이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장훈이 형이 크리에이티브(creative)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하다. 차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결국 내 공연에 형이 와서 언쟁이 있었고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는 서로 말도 안 했다”고 했었다.
둘 사이는 2007년 싸이가 군(軍) 재입대 문제로 힘들어 할 때 김장훈이 싸이를 먼저 찾아가 “군대를 빨리 다녀오고 나서 무대에 서라”고 조연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싸이는 재입대 전 김장훈에게 ‘소나기’라는 곡을 선물했고, 김장훈은 군 복무 중인 싸이를 수차례 면회하고 그의 군부대에서 위문공연도 했다. 싸이도 김장훈에 대한 고마움을 공개 석상에서 수차례 언급했다. 싸이는 제대 후 인터뷰에서 “장훈이형은 외줄타기를 하는 나를 위해 밑에서 그 줄을 잡아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합동공연하며 '가요계 단짝'으로 거듭났지만…
두 사람은 싸이가 제대하고서 2009년 9월 콘서트기획사 '공연세상'을 세웠다. '한 판 뜬다'는 뜻의 속어 '완타치'라는 이름의 전국투어 합동 콘서트를 열었고 지난해 말까지 30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가요계 단짝으로 거듭난 둘 사이의 관계는 김장훈이 ‘손뼉 칠 때 떠나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갑작스레 ‘완타치’ 공연을 접으면서 다시 삐걱 되기 시작했다.
둘은 지난 5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 함께 출연해 둘 사이 갈등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김장훈과 싸이가 한 말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2004년부터 3년간 각자의 연말공연에 최대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김장훈이 싸이를 불러 ‘불편한 마음’을 전달했지만, 싸이는 “후배가 선배에게 배우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맞섰고 결국 말다툼을 하다가 가벼운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방송에서 싸이는 “그 이후로 각자의 공연은 정말 최고가 됐다. 실내공연장이었는데 주경기장급 물량을 쏟아부었다. 공연은 매년 매진이었지만 적자가 났다”면서 치열한 경쟁이 부른 결과를 설명했다.
방송에 나와 허심탄회하게 지난날을 고백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팬들은 다시 불화가 잘 봉합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김장훈이 지난달 초 SNS에 싸이를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됐다.
김장훈은 “예전에 이승환 씨가 자신의 공연을 도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난리가 난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 상황이 되니 너무 이해가 된다”는 글을 남겼다.
싸이는 김장훈의 SNS 글을 인식한 듯 지난 2일 서울 잠실 체육관에서 열린 ‘CY X PSY 콘서트-싸이랑 놀자’에서 “한국 사람이 무대에서 정말 잘 논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을 김장훈씨에게 배웠거든요, 장훈이형에게 배운 것을 (해외에) 보여주고 오겠습니다”라는, 김장훈을 달래는 것으로 보이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뒤, 싸이의 ‘빌보드 2주 연속 2위 달성 기념’ 대국민 콘서트 직후, 김장훈이 ‘자살시도’를 하면서 사달이 났다.
◇싸이 병문안 보도에 김장훈 "언론플레이 하나"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싸이가 5일 강원도 춘천에서의 군부대 위문공연을 마친 뒤 곧장 김장훈이 입원해 있는 서울 아산병원을 찾아가 8시간 넘게 얘기하며 서로에게 쌓인 앙금을 씻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는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화해하는 것 같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김장훈은 6일 오후 다시 한 번 ‘폭탄 발언’을 했다. SNS에 “당분간 글도 안 올리고. 11일 앨범 발매까지 다 미루고(전문용어로. 망한거죠) 혼자 삭이고 당분간 제 맘 정리할 때까지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데 왜 자꾸 상황을. 이렇게. 언론 플레이로 갑니까”라는 글을 남긴 것이다.
김장훈은 “이러려고 6개월 만에 찾아와 밀고 들어왔나. 담소를 나누고 병상을 지키다. 하하 참~미치겠네요. 결국 진흙탕이 되나? 제발. 저 좀 놔둬 주십시오. 저도 힘듭니다. 진짜. 쉬고 싶습니다. (중략) 오죽하면 제가 이 사랑하는 내 나라를 몇 년간 떠나겠습니까. 제발 그만 합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싸이 측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싸이 측 관계자는 “싸이가 병문안을 온 뒤 분위기가 괜찮아 상황이 좋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싸이는 6일 밤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롯데의 밤’ 행사에서 축하 공연을 한 뒤 “(장훈이) 형의 건강이 걱정돼 병문안했고 둘이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다”며 “(상황이) 잘 정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모든 활동을 접고 당분간 안정을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발매 예정이던 정규 10집도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