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중 결국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5명의 전문가 중 9명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나머지 6명 중 5명은 문 후보를, 1명은 안 후보를 각각 꼽았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맞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안 후보를 꼽은 사람이 8명, 문 후보를 꼽은 사람이 4명이었다. 3명은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야권 단일 후보 경쟁은 문 후보가 우세
상당수 전문가는 문·안 두 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지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하지 못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경기 규칙이 아직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안철수 후보가, 경선 방식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할 경우 그 비율과 방법에 따라서도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높지만 당 조직을 바탕으로 한 문 후보는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 (여론조사상) 나와 있는 숫자를 보면 안 후보가 앞서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 배경이 있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문·안 후보 중 한 명을 꼽은 6명 중 5명이 문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문 후보가 제1 야당의 후보 아니냐"며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는 게 자연스럽고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거친 문 후보가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반면, 안 후보는 담판을 통해 포기를 해도 후폭풍이 적다"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도 "당이 뽑은 후보가 맘대로 사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만 안 후보 가능성을 크게 봤다. 그는 "문 후보가 비서실을 친노(親盧)로 깔고 시민 캠프에 문성근씨를 넣으면서 호남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이 커졌다"고 했다.
◇박근혜에 대한 경쟁력은 안 후보가 앞서
박근혜 후보와 본선 경쟁력은 안철수 후보가 더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을 대부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문 후보가 나설 경우에는 안 후보 지지자 중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 후보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더 넓기 때문에 양자 대결 구도에서 25% 정도로 분류되는 중도 성향을 포용할 수 있다"면서 "유권자의 지형 자체가 넓은 만큼 본선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도 "최근 여론조사들을 분석해 보면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자의 20% 정도는 빠져나간다"고 했다. 문 후보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거부, 최근 대북 관계 발언 등에서 이념적 색채를 드러냈기 때문에 안 후보 지지자 중 중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문 후보 쪽으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예측했던 임성학 교수도 본선 경쟁력에서는 안 후보가 앞선다고 봤다. 임 교수는 "무당파나 젊은 세대가 꽤 많고 문 후보는 친노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은 안 후보가 더 크다"고 했다.
반면 윤성이 교수는 "안 후보가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문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호남 민심이 문 후보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문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조진만 교수는 "문 후보 지지층은 여권과 중첩되지 않기 때문에 본선 승리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고 했다. 안 후보는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자 일부를 새누리당에 뺏길 수도 있는 반면 문 후보는 견고한 야당 지지층을 갖고 있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본선 경쟁력이야말로 가변적"이라며 "앞으로 한 달간 후보들이 어떻게 정책을 내고 선거 운동을 해서 지지세를 모아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