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미국 뉴욕의 한 작은 교회에서 한국인 남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꽃 장식도 없는 예배당에는 신랑·신부의 친구들만 50여명 모였다. 신부는 머리에 들꽃으로 만든 화관을 썼고, 신랑은 몸에 맞지 않는 남의 양복을 입었다. 1990년 '장군의 아들 2'에서 김두한의 사랑을 받는 도도한 기생으로 등장해 스타덤에 올랐던 탤런트 송채환(44)씨의 결혼식이었다. 결혼 당시 송씨는 청춘스타였다.
"그렇게 결혼하면 후회한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작은 결혼식을 올렸던 송씨가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전개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동참했다. 3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사무실에서 만난 송씨는 "그때 그렇게 소박하게 결혼했던 것이 내 인생에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며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작은 결혼의 의미를 가르치겠다"고 했다.
1990년대에도 연예인들의 화려한 결혼식은 화제였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호텔과 대형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신데렐라 같은 연예인들의 모습이 선망의 대상이 됐다. 송씨는 "연예인들은 아무래도 보이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모두가 결혼식을 보이기 위해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씨는 당시 영화 학도였던 남편 박진오(42) 감독과 결혼하기 위해 미국에서 식을 올렸다. 다른 형제·자매들을 국내 예식장에서 결혼시켰던 양가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는 부부의 의지가 확고해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송씨는 "남편과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결혼식을 소박하게 둘만을 위한 행사로 꾸미고 싶었다"며 "몇몇 지인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지만, 저는 충분히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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