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한 내 사랑, 베토벤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2.10.04 03:05

    피아노 3중주 여는 최희연
    "10년 전 피아노 소나타 전곡 완주 레이스 시작
    5번째 공연 때 결혼, 6번째 연주회 후 출산 그리고 또 베토벤이네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최희연(사진·서울대 교수)은 베토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연주자다. 결혼과 출산까지 삶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베토벤이 언제나 함께했다. "유년기에는 속 시원한 작곡가라서 좋았고, 유학 시절에는 지긋지긋했지만, 결국 평생 따라다녀야 할 작곡가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그의 푸념(?)이다.

    꼭 10년 전인 2002년, 8차례에 걸쳐 4년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완주하겠다고 밝힐 때만 해도 그는 작곡가와의 인연이 이리도 질길 줄은 몰랐다. 최 교수는 그해 3월 금호아트홀에서 전곡 연주회의 출발을 알린 뒤, 서울·부산·대전·울산·대구 등 5개 도시에서 처음으로 전국 투어를 가졌다.

    2004년 3월 초 다섯 번째 베토벤 소나타 독주회를 마친 직후에는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전곡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며 배려했지만, 최 교수는 "결혼한다고 음악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오히려 담담해했다. 반년 뒤 여섯 번째 독주회 때는 임신 7개월째의 몸으로 무대에 올랐고, 석 달 뒤에 첫딸 하영(8)이를 낳았다. 최 교수는 "피아노 때문에 엄마를 빼앗긴다고 생각해서인지 우리 딸은 '세상에서 피아노가 제일 밉다'고 한다"면서 웃었다.

    4년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완주를 마친 뒤, 최 교수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같은 작곡가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연주하는 또 다른 장정에 나섰다.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이미경 교수(독일 뮌헨 음대)가 든든한 단짝이 됐다. 최 교수는 "베를린 유학 시절부터 항상 연주회와 연습마다 만나서 고민을 나눴던 '동네 언니'"라고 말했다.

    홀로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와 둘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나타에 이어, 4일부터 최 교수는 셋이 호흡을 맞추는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시리즈에 들어간다. 4일 첫 연주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과 첼리스트 송영훈이 합류한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몸살이 나는 성격"이라며, 2014년부터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과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 가곡까지 차례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 교수는 "연주하면 할수록 베토벤은 평생 바르게 살기 위해 애썼던 도덕적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 곁에 괜찮은 인간이 있으며 여전히 살아야 할 희망은 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기에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들어야 하는 작곡가"라고 말했다.

    ▷최희연·김수빈·송영훈의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연주회, 4일 금호아트홀,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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