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 사막 걸어 굶는 아이들 도운 60대

조선일보
  • 이준우 기자
    입력 2012.10.04 03:06

    사막횡단대회 참가한 우헌기씨
    작년 사하라 사막 250㎞ 완주… 1㎞에 후원자 일정액 모금
    파키스탄 고아원 등에 기부 "내 도전 그들에게 희망 되길"

    "제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아이들의 굶주린 배를 조금씩 채워주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습니다. 기필코 완주해야 했지요."

    예순을 넘긴 한 남성이 미국 유타주 사막 257㎞ 도보 횡단에 도전, 히말라야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했다. 무역회사의 전문 경영인으로 일하다 작년 5월 퇴직한 우헌기(64)씨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이레 동안 사막 횡단 대회인 '그랜드 투 그랜드 2012'에 참가해, 자신이 걷는 만큼 기부금을 모았다. 우씨의 서울대 영문학과 동문들과 자원봉사단체 '해피포럼'의 지인 20여명이 그가 1㎞를 걸을 때마다 일정액을 내 300만원이 모였다. 그는 이 모금액으로 파키스탄 길깃발티스칸 지역의 소도시 카풀루에 있는 고아원과 등산 학교를 도울 예정이다.

    그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 10월 이집트에서 열린 서바이벌 마라톤에 참가해 사하라 사막 250㎞를 도보로 완주하며 지인들로부터 성금 200만원을 받아 파키스탄의 어린이들을 도왔다. 평소 산을 좋아한 우씨가 3년 전부터 히말라야 지역을 수차례 방문해 트레킹을 하다 파키스탄의 열악한 환경과 어린이들을 보게 된 게 도움으로 이어진 계기다. "TV로만 보던 굶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 그들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산을 오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씨는 평소 활동했던 봉사단체의 동료와 의논한 끝에 '도보 여행을 통한 성금 모금'을 기획했다.

    은퇴한 전문경영인 우헌기(64)씨가 작년 사하라 사막 도보 횡단을 마친 뒤 기념 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우씨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유타주와 라스베이거스 일대 사막 도보 횡단에 도전해 파키스탄의 한 마을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았다. /우헌기씨 제공

    첫 번째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올해 3월 '돈이 아닌 사랑과 나눔을 후세에 올바른 유산으로 남기자'는 목표하에 '해피포럼'의 지인 10여명과 함께 '아름다운 유산학교'라는 사회단체를 만들었다. 이번 기부 역시 '아름다운 유산학교'의 이름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6월 카풀루를 방문한 우씨는 이곳의 고아원과 발티율 등산 학교를 기부 대상으로 선정했다. 34명의 아이가 있는 고아원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운영하고 있지만 밥을 제대로 못 줄 정도로 열악하다. 발티율 등산 학교는 등산 안내인인 셰르파를 양성하는 학교로 우씨의 기부금은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마을 주민이 유일하게 현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셰르파인데, 매우 위험한 직업임에도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셰르파를 하는 게 안타까웠다"는 게 우씨의 말이다.

    우씨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며 미국 유타주와 라스베이거스 일대 사막(자이언 및 브라이스 캐니언 일대) 257㎞를 걸었다. 출발점은 그랜드 캐니언의 북쪽지대에 위치한 해발 1586m 고산지대이고, 결승점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의 핑크 절벽이었다. 추운 날씨와 험한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우씨는 이를 악물고 완주했다.

    세계 18개국에서 온 84명의 참가자 중 우씨는 넷째로 나이가 많았고, 한국인 참가자 10명 중에선 최고령자였다. 젊은 사람이 도전하기도 힘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우씨는 "아직 누구에게도 체력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체력 단련을 해왔다. 매일 아침 집 근처 양재천을 뛰었고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근력을 키웠다. 주말에는 관악산에 오르며 대회를 준비했다. "아내와 주변 사람 모두 말렸어요. 하지만 그때 본 아이들 얼굴이 계속 떠올라 가만 있을 수 없었어요. 제 도전이 그들에게도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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