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미국의 大選 출판 마케팅

입력 2012.10.03 23:30

김태훈 국제부 차장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다음 달로 다가온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인이 읽는 정치 관련 책들의 이념 스펙트럼을 분석해 그 결과를 자사 사이트에 소개하고 있다. '2012 아마존 선거 열기 지도(Amazon Election Heat Map 2012)'라는 제목의 이 서비스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정치 분야 책 100권을 뽑은 뒤 저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책 내용 등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분류하고 주(州)별로 국민이 어느 정당 성향의 책을 많이 읽는가를 조사해 그 결과를 서적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서 '정치와 출판이 이렇게도 만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서점이 단순히 책만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출판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 지식계의 흐름과 미국민의 독서 성향까지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마케팅 기법을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은 미국민의 정치 서적 독서 지도를 제작하면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각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獨食)하는 미 대선 시스템을 적용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공화당 성향의 책을 '붉은 책(red book)', 민주당 성향의 책을 '파란 책(blue book)'으로 명명한 뒤 미국 지도를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 양당 성향 출판물의 과반 비율을 선거 결과처럼 보여줬다.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이었다. 10월 3일 현재 미국 전체 51개 주(워싱턴 DC 포함)에서 아마존을 통해 팔린 책 가운데 공화당 성향 책이 절반 넘게 팔린 주는 43곳이었고, 민주당 성향 책이 더 많이 팔린 곳은 워싱턴 DC와 뉴욕·매사추세츠 등 8곳이었다. 실제 대선 판도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약간 앞서는 가운데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와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아마존 독서 지도에서는 온통 붉은색이었다.

미 공화와 민주 양당 성향 책의 구매 비율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지도는 '승자 독식' 방식에 따라 붉은색이 압도하고 있지만 구매 총량은 '공화 57% 대(對) 민주 43%'로 양쪽 진영의 책이 비교적 균형 있게 팔리고 있었다.

보수와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막말과 몸싸움 대신 책을 매개 삼아 지적(知的) 전쟁을 벌이는 현상은 부럽기까지 했다. '붉은 책' 가운데 '그림자 보스들'이라는 책은 노동조합이 어떻게 미국 정부에 침투해 국민의 세금을 빨아먹고 자기들의 혜택만 극대화하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거대 정부에 대항하는 지식인들의 투쟁을 다룬 작가 아인 랜드의 1957년작 소설 '아틀라스 슈러그드'도 부자 증세 논란을 둘러싸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반면 '파란 책' 중에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8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교육·건강·친(親)환경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중시해온 가치들을 지켜냈다고 주장하는 '뉴 뉴딜' 등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도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이처럼 세련된 출판 이벤트와 정치 세력 간 저서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가 편식(偏食)이라 할 만큼 지나치게 좌파적 가치에 쏠려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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