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딸을 결혼시킬 때 청첩장·축의금·꽃 장식 없는 '3무(無)' 결혼식을 실천한 양건(65) 감사원장은 2일 "우리나라 문화가 국력에 걸맞게 성숙해지려면 과시적인 결혼 문화에서 벗어나 '작은 결혼식'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동참했다. 양 감사원장은 "공직자들이 '나부터 간소한 혼례를 실천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국가 전체가 청렴해질 수 있다"고 했다.
양 감사원장은 작년 6월 취임 100일을 맞아 "집권 후반기 공직 기강 확립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본지의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최근 결혼 시즌을 맞아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간부들에게 작은 결혼식 실천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코레일도 내년부터 본사 사옥을 작은 결혼식 장소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에게 주로 혜택을 줄 계획이다.
양 감사원장은 작은딸(33) 결혼식 당시 식장을 사위 이름으로 예약했다. 식장 입구에 신부 부모 이름을 적어놓지 않아 직원들도 모르고 지나쳤다. 양가 가족과 신랑·신부 친구 등 100여명만 참석했다. 양 감사원장은 미혼인 큰딸(34)도 간소하게 결혼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흥길(68) 특임장관, 권택기(48) 특임차관, 임종룡(53) 국무총리실장, 육동한(53) 국무차장, 김석민(54)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등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5명도 "내 자식부터 작은 결혼식을 시키고 주위 사람과 직원들에게도 간소하고 의미 있는 혼례를 치르도록 적극적으로 권하겠다"고 약속했다.
1남2녀 중 아들과 막내딸을 성당에서 결혼시킨 고흥길 장관은 "호텔 결혼식에 가보면 예식을 오전 11시에 하건 오후 3시에 하건 끼니때와 상관없이 무조건 양식을 내오는데, 이런 낭비는 정말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가정의례준칙'을 내세워 간소한 결혼식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만큼 이제는 국민이 저마다 자발적으로 작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혼 외동딸을 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과시적인 결혼 문화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고통받고 있는 만큼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면서 "알뜰하고 실속 있는 결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앞으로 ①공직자들이 작은 결혼식을 치르도록 권장하고 ②더 많은 공공기관을 무료 예식 공간으로 개방하고 ③부(富)와 위세(威勢)를 뽐내는 결혼식 대신 가까운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치르는 결혼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