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8일 대선 후보 정책 평가 교수 모임인 '정책과 리더십 포럼'의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 대해 단어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했다.'글잡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가장 빈도가 높은 보통명사 20개를 추출한 후 '노드엑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단어들이 얼마나 자주 함께 출현하는지의 연관 관계(네트워크)를 분석했다.

◇朴, '국민과 당원 동지' 일체화

박근혜 후보 연설문의 최대 키워드는 '국민'(29회 사용)이었고, '국가' 및 '당원 동지'라는 말이 자주 함께 쓰였다. 국민과 국가, 당원을 연계시킴으로써 자신의 지지층과 국민을 일체화하려 한 것이다. 전당대회 연설문임을 감안하더라도 '박 후보 자신→당원→국민→국가'로 연결망을 넓히면서 '나'와 '국민'을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의 화법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다 보니 '국가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인상도 준다.

박 후보의 또 다른 키워드는 '경제'(8회)였는데, '산업' '성장' '일자리' '복지' '민주' 등의 단어와 연결돼 있었다.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성장을 포괄적으로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두 핵심 키워드인 '국민'과 '경제'는 연결선이 없었다. 국민에 대한 메시지와 경제 분야 정책이 밀접한 연관성 없이 따로 전달됐다는 얘기다.

◇文, '시대·변화의 門' 강조

문재인 후보의 연설은 '시대'(24회)와 '문(門)'(23회), '변화'(13회)라는 세 개의 키워드가 삼각 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 '존경'이란 말도 연관어로 나타났다. 키워드들을 연결시키면 '시대·변화의 문을 열고 국민을 존경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가 된다.

문 후보의 연설문은 키워드 간 네트워크가 비교적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정책 키워드인 '일자리' '복지' '성장'과 핵심 키워드인 '시대·변화' 간의 연결선은 거의 없었다. 자신을 시대 변화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긴 했지만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시키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연설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주 언급, 자신의 계보를 확실히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문'이란 말을 '시대·변화' '문재인' 등과 연결시켜 연설의 전달력을 높이고, 정권 교체의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레토릭(수사 어구)'이 많이 사용됐다는 인상이 있다.

◇安, '정치'에 메시지 집중

안철수 후보는 출마 연설에서 '정치'(22회), '국민'(20회), '선거'(10회)라는 말을 가장 빈번하고 밀접하게 사용했다. '선거-과정' '문제-생각' '국민-힘'도 연관성이 높았다. 이 말들을 엮어보면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생각과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정치인으로서 첫 연설인 만큼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를 어젠다로 집중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밖에 있었지만 가장 정치적인 연설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미래' '통합' '분열' 등 추상적인 용어들만 연결돼 있었다. 정치를 강조했지만 그 내용은 미지수인 셈이다. 또 후보 당선 연설문이 아닌 탓인지 경제·일자리·복지 등 정책 관련 키워드가 거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선 '변화'를 거듭 강조, 대중 설득력을 최대화했다.

◇朴은 '길', 文은 '문', 安은 '답' 제시

박 후보는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을, 문 후보는 은유적 수사(修辭), 안 후보는 쉽고 간단명료한 화법을 주로 사용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는 한 음절 단어로 '길', 문 후보는 '문', 안 후보는 '답'을 자주 사용했다. 각자 앞으로 나갈 길, 새 시대의 문, 문제의 답을 제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연설문에서 총 870개, 안 후보는 892개의 낱말을 썼고, 문 후보는 가장 많은 1427개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