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퇴사한 아버지는 아침마다 양복을 입고 찜질방에 가셨습니다. '늘 새벽에 나가다가 갑자기 출근을 안 하면 경비 아저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때 이후 마음잡고 공부해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선 '예단으로 몇억을 해갔다'고 하지만 저는 단칸방에서 시작하더라도 부모님 도움 없이 출발하겠습니다."

명문대 경영학과 학생 김세리(가명·22)씨가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참여하며 보내온 글이다.

28일 현재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이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온 사람이 400명을 넘어섰다.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는 혼주 세대가 주로 호응할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과는 달리, 전체 참가자 중 3분의 1 이상이 결혼을 앞둔 20~30대였다. 의사·교사·약사·대기업 직원·미국 유학생·명문대 재학생 등 학력과 직업이 천차만별이지만, '부모 돈으로 호화 결혼식을 올리는 건 더 이상 멋진 일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은 공통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작은 결혼식을 꿈꿨어요. 요즘 주위 사람들과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너무 사회와 동떨어진 건가?' 싶어 혼란스러웠는데, 조선일보가 펼치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보고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겠습니다."(엄희선씨·가명·26·새내기 초등학교 교사)

캠페인 실무를 총괄하는 신산철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루 허영심 때문에 거액을 낭비했다가 나중에 부모 노후를 책임지느라 허덕일 수 있다는 인식이 뚜렷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