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생떼' 쓰니 인기… 브라우니는 반품 안해요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2.09.27 03:07 | 수정 2012.09.27 10:17

    개콘 내 시청률 1위 '정여사'
    서점 아르바이트 때 경험한 억지 부리는 손님에서 착안
    우리 팀 오래 못 간다고요? 교환 요구할 품목 늘리고 브라우니 자식 나올 수도

    ‘정여사’를 위해 여장을 한 정태호(가운데)와 김대성(오른쪽). 왼쪽은 송병철. /위닝인사이트 제공
    온갖 생떼를 쓰며 물건을 바꿔달라는 부잣집 모녀(?)와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꽃미남 점원, 그리고 이 소동을 묵묵히 지켜보는 개 인형 '브라우니'. 요즘 KBS '개그콘서트'의 최고 인기 코너인 '정여사'의 구성원들이다. 풍자와 몸 개그, 여장 코드를 재치있게 버무린 개그에 '브라우니'의 폭풍 인기를 업은 '정여사'는 최근 개콘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녹화를 앞둔 멤버들을 만났다. 정태호(34·정여사)·송병철(31·점원)·김대성(29·정여사의 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왕관을 쓴 브라우니는 TV에서처럼 도도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김대성의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나왔단다. "데뷔 전 대형할인점 책 코너에서 일했는데, 비닐을 뜯지 말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는데도 '내용을 알아야 사든지 할 것 아니냐'며 뜯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썩였어요. 문제집을 사 가 다 풀고 나서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다 바꿔줬죠. 일단 매장에서 큰소리 나면 저만 혼나니까. 그리고 어차피 내 것도 아니니…(웃음)."

    김대성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2년 전 억지로 물건을 교환해달라는 부부 캐릭터를 내세워 '바꿔줘'라는 코너를 만들었지만 녹화 직전 제작진이 "아무래도 별로"라며 '아웃'시켰다고 한다. 이 '죽은 아이템'에 눈독을 들인 이들이 정태호와 송병철. 두 사람은 올초부터 등장인물들을 '부잣집 진상 모녀 손님'으로 바꾸고, 우아한 느낌의 샹송을 배경 음악으로 선정하는 식으로 아이템을 재개발하다 4월쯤 김대성에게 '발각'됐고, 결국 세 사람이 함께 코너를 짜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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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콘서트 최고 인기 코너‘정여사’멤버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KBS 부근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점원 역의 송병철, 정여사 역의 정태호,‘ 정여사’의 개인형 브라우니, 정여사의 딸로 나오는 김대성.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개그콘서트 최고 인기 코너‘정여사’멤버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KBS 부근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점원 역의 송병철, 정여사 역의 정태호,‘ 정여사’의 개인형 브라우니, 정여사의 딸로 나오는 김대성.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개인형은 처음부터 극 요소에 들어있긴 했지만 지금의 '브라우니'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형을 염두에 뒀었다고 한다. 브라우니 아이디어를 낸 정태호의 말. "최상류층 사람들을 보면 털이 긴 몇백만~몇천만원짜리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잖아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이런 상황들을 개그로 연출해보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후배한테 '우아한 개 인형'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전혀 콘셉트에 안 맞는, 동글동글하고 털도 짧은 개인형을 가져온 거예요. 첫 녹화 날까지 맘에 드는 인형을 구하지 못했고, 그 덕에(브라우니를 살짝 째려보며) 저 녀석이 떴죠."

    세 사람은 팬레터까지 올 정도로 브라우니가 '폭풍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 "덕을 보는 건 사실이지만, 질투도 난다"고 했다. "우리 셋이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정여사'라고도 안 하고 '와, 브라우니다' 그럴 정도라니까요."(송병철) "쟨 그냥 액세서리인데 연출진이 계속 브라우니 비중을 높이는 걸 보면 '정말 이래도 될까' 싶기도 하고…(웃음)."(김대성) "함께 인기 얻는 건 좋은데, 그러려면 회의라도 한 번 참석해 아이디어를 내든가…(웃음)."(정태호)

    코너의 인기 요인으로 정태호와 김대성의 능청스럽고 느끼한 여장 개그를 빼놓을 수 없다. 세 사람 중 유일한 유부남인 정태호에게 "아무리 연기라 해도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물었다.

    "배우의 매력은 다른 사람의 다양한 삶을 대신 살 수 있다는 거라잖아요. 개그맨도 큰 틀에선 배우와 같죠. 주변에서 섬세하단 얘기도 많이 듣는 데다 저 스스로도 내면에 여성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몸짓이나 말투 같은 거 과장하고 디테일하게 하는 게 어렵진 않아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워낙 여자를 좋아하다 보니 몰입이 쉬운 게 아닐까요? 하하."

    일부에선 '정여사'의 구성이 '기-승-전-결'의 틀로 정형화돼있어 "생명력이 길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멤버들도 "우리도 그게 고민스럽다"며 "곧 훨씬 다양해진 버전의 정여사를 선보여 개콘과 함께 오래오래 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교환 품목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비행기 좌석, 헬스장 회원권 등으로 확대할 생각이에요."(송병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우리 남편이 등장한다거나!"(정태호) "브라우니의 숨겨둔 자식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흐흐흐."(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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